“젊음과 청춘을 영양군을 위해 헌신하며 살다 가신 김경선 님의 넋을 기립니다. 솔선수범하고 헌신적으로 일했던 마음, 우리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경북 영양군 직원 400여 명은 31일 군청 마당에서 ‘김경선 주사 추모비’ 제막식을 갖는다. 김 씨(37)는 지난해 12월 28일 구제역 방역을 위해 제설 작업을 하던 중 작업차량 사고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비문(碑文)을 쓴 권영택 군수는 “방역 작업을 신속하게 하도록 앞장서 제설작업을 한 것은 공직자가 본받아야 할 숭고한 정신”이라고 말했다. 김 씨에게는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강원도 삼척 출신으로 미혼인 김 씨는 관동대를 졸업하고 2003년 9급으로 영양군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구제역이 두 달 동안 계속되면서 방역과 매몰작업에 투입된 공무원들이 잇따라 순직하고 있다. 30일 현재 전국에서 구제역과 관련해 공무원 7명과 군인 1명 등 8명이 숨지고 139명이 다쳤다. 치료를 받고 있는 공무원 가운데 일부는 의식불명 상태여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연이은 순직
경북 상주시 김원부 씨(45·7급)가 29일 오전 7시경 집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 씨가 급성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이 달 초 상주시 함창읍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도로의 얼음을 제거하다 미끄러져 치료를 받은 뒤 밀렸던 업무와 방역 지원을 계속해왔다.
이에 앞서 경북 고령군 곽석순 씨(46·여·7급)가 방역 작업을 하다 쓰러져 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12일을 보내다 16일 숨졌다. 14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시 원영수 씨(49·사무관)가 방역 초소 근무 등을 하다 쓰러져 사망했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북 안동에서는 금찬수 씨(52·7급)가 지난해 11월 30일 방역 작업에 투입됐다가 야간 근무 중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결국 숨졌다. 이달 9일에는 경기 연천군 청산면의 구제역 이동초소에서 방역지원을 하던 육군 26사단 소속 권인환 이병(23)이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권 이병의 누나 인혜 씨(28·전남 여수시)는 “첫 휴가 나온다며 좋아하던 목소리가 생생하다. 입대해서도 몸이 불편한 부모님 걱정부터 먼저 하곤 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블로그에 올렸다.
○끝이 없는 방역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작업에 나선 공무원도 희생됐다. 전남 보성군 심상대 녹차육성담당(58·6급)은 24일 군청 3층 녹차산업과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곧 숨졌다. 심 씨는 23일 고병원성 AI 판정을 받은 보성군 노동면의 한 오리농가에서 오리 1만4000마리를 매몰 처분하는 작업을 했다.
행정안전부는 방역과 관련해 숨진 공무원들에 대해 ‘공무상 사망처리’하고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 2명은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됐다. 나머지 5명은 심사를 하고 있다.
한편 김황식 국무총리는 설 연휴에 고향인 전남 장성에 가지 않고 총리공관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구제역 상황을 챙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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