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살해 경찰 간부 구속… “상해보험금 타려고” 자백했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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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강력계장이 2000만원 때문에?

경찰 간부의 친어머니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둔산경찰서는 30일 유력한 용의자인 대전지방경찰청 이모 강력계장(40·경정)을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 계장은 21일 오후 11시 27분 자신의 어머니 윤모 씨(68)가 사는 대전 서구 탄방동의 한 아파트에서 윤 씨의 등에 볼링공을 수차례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다.

이 계장은 경찰 조사에서 “주식 투자로 빚을 지고 있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내가 허위로) 상해보험금을 타내자고 어머니에게 제안해 일을 저질렀는데 그만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계장의 어머니 윤 씨는 주식투자로 인해 약 2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3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해 있었으며 이 보험은 사망 시 최대 1억1000만 원을, 교통사고로 인한 척추장애 시 6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계장에 따르면 보험금을 타내 빚2000만 원을 갚기 위해 어머니와 공모한 뒤 일을 저질렀다는 것. 이 계장은 21일 오후 11시 27분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강도로 위장해 윤 씨 집에 들어갔으며 이후 잠든 윤 씨의 등에 볼링공을 3차례 떨어뜨렸다. 윤 씨는 이로 인해 늑골골절에 따른 과다출혈 쇼크로 5시간 뒤 숨졌다. 윤 씨는 이 계장이 범행 전 미리 준 수면제를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이 계장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아 정확한 살해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엘리트 간부인 이 계장이 불과 2000만 원 때문에 어머니를 평생 불구로 만들 수 있는 척추골절 중상을 입히면서까지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대 10기인 그는 2005년 선배들을 제치고 경정 시험에 합격해 2, 3년 후 총경 승진 대상자일 정도로 잘나가던 간부였다. 또 아직 확인 중이지만 현재 신분만으로도 신용으로 4000만 원 이상, 퇴직금을 담보로 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계장이 당초 “어머니가 먼저 (범행을) 제안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이를 자신이 먼저 제안했다고 번복한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또 윤 씨의 아파트 시세(1억5000만 원 안팎)를 고려할 때 집을 담보로 이미 잡혀 있는 5000만 원을 감안하더라도 2000만 원을 대출받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어머니와 미리 약속했다”는 진술에도 의문점이 많다. 어머니와 짜고 한 범행이라면 굳이 윤 씨의 외손자 2명이 함께 있는 날을 택했는지 설명이 어렵다. 또 오토바이 헬멧은 범행 하루 전날, 볼링공은 범행 당일에 구입할 만큼 사전 밀약보다는 뭔가 급박한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계장이 어머니 명의로 마이너스 대출 4000만 원을 받아 주식을 하다 실패해 윤 씨의 사망 보험금을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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