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0년만에 중단하는 ‘홍대앞 클럽데이’ 마지막날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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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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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 갈등… 날개 접은 ‘문화 아이콘’

2001년부터 시작된 서울 홍익대 앞 대표 문화 이벤트인 ‘클럽데이’가 28일 117회를 끝으로 중단됐다. 클럽문화협회는 클럽의 정체성과 홍대 앞 문화의 상업화, 클럽 운영자들 간의 내부 갈등 등의 문제점들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클럽데이를 열지 않을 계획이다. 클럽데이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린 클럽 ‘노이즈 베이스먼트’ 입구 모습(왼쪽)과 클럽 ‘사운드홀릭’ 공연 장면. 사진 제공 클럽문화협회
2001년부터 시작된 서울 홍익대 앞 대표 문화 이벤트인 ‘클럽데이’가 28일 117회를 끝으로 중단됐다. 클럽문화협회는 클럽의 정체성과 홍대 앞 문화의 상업화, 클럽 운영자들 간의 내부 갈등 등의 문제점들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클럽데이를 열지 않을 계획이다. 클럽데이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린 클럽 ‘노이즈 베이스먼트’ 입구 모습(왼쪽)과 클럽 ‘사운드홀릭’ 공연 장면. 사진 제공 클럽문화협회
28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재즈클럽 ‘에반스’ 앞. 일찌감치 이곳에 모여 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클럽데이’를 잠시 중단합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는 준비를 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의 안내 포스터. ‘사운드홀릭’ ‘드럭’ ‘SKA2’ 등 여기저기 붙은 이 포스터 앞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클럽데이가 중단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다”는 직장인 김현승 씨(31)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너무 슬프지 않느냐”며 클럽에 온 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었다.

이날은 117번째 클럽데이이자 마지막 클럽데이였다. 클럽데이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홍익대 앞 클럽 18곳을 티켓 한 장(2만 원)으로 모두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 2001년 시작된 이 이벤트가 이날을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 10년 장수 콘텐츠의 마지막 날

27일만 해도 홍대 앞은 후끈 달아올랐다. 102개 밴드가 홍대 앞 클럽 26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인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공연이 열렸기 때문.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홍대 앞 클럽 문화의 부흥을 외쳤다.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28일 홍대 앞 클럽 분위기는 냉랭했다.

2001년 3월 시작된 클럽데이는 당시만 해도 동네 마니아들 위주로 알려진 홍대 앞 클럽문화를 ‘전국 문화’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초기만 해도 테크노 클럽 중심이었으나 2007년 라이브 클럽 행사인 ‘사운드데이’와 통합되면서 행사 규모가 커졌다. 적게는 6000명에서 많게는 1만 명 이상 즐기다 보니 서울시에서도 클럽데이를 ‘서울 테마별 관광코스 30선’에 포함했다.

10년 동안 한 번도 멈춘 적 없던 클럽데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왜일까. 10년 전 이 이벤트를 기획한 최정한 클럽문화협회 회장은 “정체성 혼란, 상업화 논란, 내부 갈등 등 홍대 앞 클럽을 둘러싼 문제들이 점점 커져 이대로 가다가는 안 될 것 같아 중단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홍대 앞의 상업화. 그동안 홍대 앞은 인디 밴드나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대안 동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이곳이 급속도로 상업화되면서 ‘인디’ ‘창의’보다는 ‘대중’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 클럽 역시 댄스, 힙합 등 홍대 분위기와는 무관한 클럽들이 생기면서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클럽데이

하지만 민감한 문제는 ‘돈’이었다. 클럽데이는 하루 동안 이벤트를 벌인 클럽 18곳이 전체 수익을 18등분해서 나눠가지는 제도로 운영됐다. 그러나 이른바 잘나가는 큰 클럽들이 장사가 안 되는 작은 클럽들을 먹여 살렸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일종의 ‘경제 공동체’로 운영되다 보니 클럽들 중에는 공연이나 서비스 등 더 발전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클럽데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홍세존 에반스 대표는 “록 밴드 위주의 클럽과 댄스 클럽 사이에 교류가 없음에도 왜 수입을 나눠 갖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클럽데이가 사라지는 것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홍대 앞 클럽은 90개 정도. 이 가운데 중소 클럽들은 하루에도 몇 개씩 무너지고 있다. 최근 클럽데이에 참가한 댄스클럽 3곳이 문을 닫기도 했다.

클럽문화협회는 새로운 대안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클럽데이를 다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최 회장은 “록과 댄스를 나눠 개별적으로 진행하거나 수익 배분을 실적 위주로 차등을 두어서 하거나 수익 중 일부를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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