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에게 무차별 총격을 한 해적을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 수사팀은 당초 소말리아 해적들의 키가 175∼190cm로 비슷비슷한 데다 인상조차 엇비슷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난제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석 선장에게 총을 쏜 소말리아 해적의 얼굴을 한국인 선원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동료 해적 역시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총격 당시 석 선장과 함께 있던 선원들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보낸 팩스 진술서에서 대부분 무함마드 아라이(23)를 지목했다.
30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산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본부 브리핑에서는 해적 5명 가운데 범인이 있는 것만 확인됐다. 해경이 “석 선장을 쏜 범인을 공개할 순 없지만 생포 해적 가운데 있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단독 범행인지, 그 이상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한 해적은 동료 해적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선장을 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합동참모본부도 인질 구출작전 직후 생포한 해적 가운데 석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경은 군인 출신인 아라이가 대부분 선원 출신인 나머지 대원들을 거느리고 석 선장에 대한 총기 난사 등 사건을 주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아라이는 “내가 총을 쐈다”고 범행 사실 일체를 털어놨다가 곧 “나는 그런 적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라이의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는 석 선장이 직접 자신에게 총을 쏜 해적이 아라이가 맞는지 진술을 하는 것. 수사본부는 이미 확보한 한국인 선원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미얀마 선원 2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김충규 수사본부장은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가 많다”며 “끝까지 해적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면 한국 선원들이 귀국하는 대로 대질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설령 아라이가 혐의를 부인한다 할지라도 선원들이 해경에 나와 직접 진술하고 대질조사까지 이뤄지면 선장에게 총질을 한 사람은 어렵지 않게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국내 형법상 ‘해상강도죄’와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 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선박 위해법)에 따르면 운항 중인 선박을 납치한 사람에게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석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은 해상강도치상죄가 추가돼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석 선장이 숨지면 처벌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해상강도가 사람을 살해 또는 치사(致死)하게 하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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