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 A어학원이 마련한 ‘미리 보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설명회장에서는 학부모 1200여 명이 모여 학원 측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 어학원 교수부장은 “‘한국형 토익·토플’로 불리는 국가영어능력평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데 공교육에서 말하기와 쓰기를 준비하기는 어려우니 학원이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학원 측의 설명대로 국가영어능력평가는 수능 영어를 대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주 수능 개편안을 발표할 때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에 대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교과부는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전형부터 대학들이 NEAT를 참고자료로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영어능력평가를 통해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교과부의 장담과는 달리 학원가는 영어 사교육을 늘릴 호재로 생각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B어학원 원장은 “외국어고와 국제고 열풍이 줄어 침체된 영어 사교육 시장에 이는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3월까지 문제 유형 등 세부 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반면 대치동과 목동의 유명 학원들은 지난해 12월까지 고교생을 대상으로 치른 5차례의 시범평가를 분석해 유형별 모의고사 문제집까지 만들었다. 시험 준비에 필요한 내용을 정부가 알려주기 전에 사교육 업체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를 유인하는 형국이다.
학원들은 “현 영어 교육 과정은 독해 위주라 쓰기 말하기를 대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2급 시범평가를 치렀던 고교생도 “쓰기나 말하기는 접해 보지 못했던 거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C어학원 원장은 “교과부가 기존 영어교사를 재교육하고 원어민교사를 활용한다지만 학교는 학원에 비해 노하우가 부족하다. 학생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 영어시험이 수능을 대체하면 학습 부담이 오히려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학이 요구하는 점수를 고1 때부터 확보하려 경쟁하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A고교 영어교사는 “지금은 몇몇 중고교생만 토익 토플을 준비하지만 국가영어능력평가가 수능을 대체하면 대다수가 학원으로 몰릴 것”이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가혁 인턴기자 서울대 영어교육과 3학년
:: 국가영어능력평가(NEAT) ::
‘한국형 토익·토플’로 불린다. 2012년부터 본격 시행 여부가 결정된다. 대학생·일반인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영어역량을 측정하는 1급, 고교 2·3학년생은 실용영어 및 학문에 필요한 학술영어 역량을 측정하는 2·3급 시험을 볼 수 있다.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4개 영역을 인터넷기반시험(IBT)으로 평가한다. 1급은 96문항을 137분간, 2급과 3급은 각기 70문항과 72문항을 135분간 풀어야 한다. 2, 3급 성적은 점수 대신 등급으로 통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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