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개인 모두 기부가 크게 줄면서 올해 ‘사랑의 온도계’가 결국 100도를 넘기지 못했다. 사랑의 온도계가 100도를 넘지 못한 것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사랑의 온도계를 설치한 200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성금 유용 등 비리 사건을 저지른 공동모금회에 대해 국민이 회초리를 든 셈이다.
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희망2011 나눔 캠페인’의 최종 모금액이 2072억 원으로 당초 목표액 2242억을 크게 밑돌아 92.4도를 기록한 채 종료됐다고 1일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올해 목표액을 전년보다 30억 원 올려 잡았지만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170억 원이 줄어들었다. 올해 기업 기부는 총 1502억 원으로 전체 모금액의 72.5%다. 개인 기부는 57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개인기부가 695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개인이 낸 성금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성금 모금이 저조한 것은 비리 사건으로 국민이 등을 돌린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의 공동모금회 감사 결과 일반 공공기관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공동모금회가 실제로는 공채 탈락자를 편법으로 채용하고 단란주점과 노래방에서 업무용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인사, 예산 집행, 사업 배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계가 100도를 못 넘겨 목표액 달성에 실패했다. 1일 서울 중구 정동 공동모금회 건물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계 눈금이 최종 온도 92.4도에 멈춰 서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올해 캠페인에서는 전국 16개 지회 중 단 3곳만이 목표액을 달성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국민의 성원이 잇달았던 인천지회가 149.5도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공동모금회는 모금 목표액을 달성하면 100도로 표시했다. 전국 지역 공동모금회에서 모인 성금 액수가 목표치의 1%를 초과하면 사랑의 온도계 눈금을 1도씩 올려왔다. 이 온도계는 국내 대표적인 기부 지표로도 활용돼 왔다.
모금 실적이 저조하자 공동모금회는 지난달 31일 모금회 조직과 관리·운영비를 30% 이상 축소하는 조직 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1일부터 기존 16개 지회를 13개로 축소 통합하기로 했다. 또 현행 16명인 1급 사무처장을 11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날 공동모금회는 중앙회와 다른 지회도 인원 감축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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