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사병 3묘역.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김오복 씨(51·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광주 남구 진월동)는 당국의 무성의한 처사에 성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들의 묘 앞은 땅이 패고 얼었던 눈이 녹으면서 주변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김 씨는 “정우가 전사한 이후 처음 맞는 설이라 생전에 좋아했던 쑥인절미를 가져왔는데 놓을 곳조차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임시 배수로를 만든 뒤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다음 날인 3일 오전 서러운 참배를 겨우 마쳤다.
김 씨 등 유족은 묘역에 대한 전반적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현충원에 전화를 걸어 원장에게 연결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직원은 “설 연휴라 연결이 안 된다. 하지만 원장 전화번호는 가르쳐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앞서 김 씨는 일반 참배객을 위해 묘 앞에 작은 안내 팻말이라도 붙이기 위해 표지판 설치를 3차례나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묘 앞에서 만난 한 주부가 “전사한 서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추념하고 싶었는데 묘를 찾지 못했다”고 하소연하자 표지판 설치를 요청했다는 것. 이에 대해 현충원 측은 “표지판 설치 문제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대단한 특별대우를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참배객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도록 작은 표지판 하나 설치해 달라고 하는 것인데 이럴 수 있느냐”며 울먹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