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열린 안동석빙고 장빙제에서 안동 한우가 얼음 달구지를 끌고 있다. 2002년부터 장빙제에 참여한 이 소는 구제역 백신 주사를 맞고 이번 행사를 빛낸다. 사진 제공 안동석빙고보존회
“소가 달구지를 끌지 않으면 석빙고 장빙제도 못할 겁니다.”
매년 겨울 경북 안동시에서 열리는 ‘안동석빙고 장빙제’. 꽁꽁 언 낙동강변 얼음을 잘라내 안동석빙고(보물 305호)에 보관하던 모습이 11일 재연된다. 2002년 1월 시작한 이 행사는 이미 8차례 열었지만 올해는 의미가 더 깊다.
전국을 휩쓰는 구제역이 처음 생긴 안동에서 살아남은 소가 백신 주사를 맞고 얼음을 실은 달구지를 끌기 때문. 그동안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사이인 1월 중순에 열렸던 장빙제가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약간 미뤄졌다.
안동석빙고보존회원 120여 명과 안동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은 10일 오전 안동시 정하동 용정교 아래 낙동강변에서 가로 150cm, 세로 30cm, 무게 80kg 크기의 얼음 30여 개를 잘라내 성곡동 민속박물관 안 석빙고로 옮긴다. 이 석빙고는 조선 영조 때인 18세기 초 안동 예안지방 현감이 은어를 잡아 연중 보관하다 궁궐에 보내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 때문에 올해 장빙제는 2002년부터 얼음을 운반하는 달구지를 끄는 12년생 소가 주인공이 됐다. 안동시 북후면 신전리 김종태 씨(77)가 키우는 이 소는 지금까지 사료가 아닌 쇠죽을 먹고 자랐다. 김 씨는 “구제역 때문에 많은 소가 사라졌지만 그나마 이 놈이라도 살아남아 다행”이라며 “내년에도 얼음달구지를 끌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 소에게 특별히 준비한 쇠죽을 선물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얼음을 채취해 오후 2시 석빙고에 얼음을 채우는 순서로 진행된다. 조선시대에는 이 채빙과 장빙 작업이 힘들어 낙동강변 마을 남자들이 일시적으로 몸을 피해 ‘석빙고 과부’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석빙고보존회원들은 채빙 때 얼음이 더 두껍게 얼도록 비는 기한제(祈寒祭)를 지낸다.
고영학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장(51)은 “석빙고에 얼음을 채운 뒤 먹을 은어 모닥불 구이와 막걸리 국밥 등을 푸짐하게 준비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잠시라도 축산 농민들이 구제역 시름을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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