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다문화사회로 바뀌면서 정부의 관련 예산이 12억 원(2006년)에서 629억 원(2010년)으로 4년간 52배 늘었다. 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은 3000여 건. 예산은 853억 원에 이른다. 다문화가족이 18만2000가구이므로 계산상으로는 가구당 46만8681원이 지원되지만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여성가족부의 2009년 실태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이 가장 많이 이용한 서비스는 ‘한국어 교육’. 정착에 가장 필요한 교육이지만 전체의 50.6%만 받았을 뿐이다.
정책과 사업은 쏟아지는데 왜 혜택이 적다는 지적이 나올까.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다문화인권안전센터장은 “부처별로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이 많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주체가 없는 데다 중앙과 지방의 연계가 잘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문화정책은 국무총리실 여성가족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8개 부처가 담당한다. 총리실에 다문화정책위원회가 있지만 총리실 훈령으로 만든 조직이라 예산과 기능 조정 등에 한계가 있다. 2006년 총리실에 외국인정책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회의를 연 것은 8차례에 불과하다.
부처간 엇박자는 다문화가족 학생을 위한 공립대안학교인 ‘국제다솜학교’ 설립과정이 잘 보여준다. 지난해까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가운데 취학연령 대상자는 4만2676명. 이 중 7360명(17.2%)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고등학생 연령대는 2000여 명으로 추정될 뿐 이름도 주소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사회통합위원회는 대법원 행정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전산시스템을 통해 2000여 명의 주소를 찾아낸 뒤 민간 다문화 교육기관을 동원해 대안교육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교육과학기술부 서울시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다솜학교를 세울 수 있었다.
고건 전 사회통합위원장은 “부처 지자체 교육청으로 나눠진 업무를 종합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다문화정책위원회는 부처를 뛰어넘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이론과 현장, 중앙과 지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컨트롤타워와 같은 기구를 중심으로 중앙에서 정책을 수립하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 등이 현실에 맞게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말이다.
양기호 한국다문화학회 회장은 “중앙정부 중심의 다문화정책은 지역별 유형별 대상별 격차를 유발하게 된다”며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지자체 중심으로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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