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강경한 20대 ‘新안보세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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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6·25 때의 20대 이후 가장 강력한 안보의식 무장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는 ‘연평도 북괴도발 갤러리(연북갤)’가 생겼다. 주로 20대 누리꾼이 참여하는 디시인사이드에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갤러리가 생긴 것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갤러리의 누리꾼들은 1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는 지금까지 17만여 건의 북한 정권 비판 글과 사진이 올라와 있다.

북한이 연평도로 날린 포탄이 정작 폭파시킨 것은 20대의 대북 포용의식이었다. 그동안 햇볕정책 등 대북 온건노선의 가장 든든한 지지층이었던 20대의 대북 포용의식이 연평도 사태 후 급격하게 냉각됐다. 한 사회학자는 “6·25전쟁 때 싸웠던 20대 이후 가장 강력한 안보의식을 갖게 된 20대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 20대, 대북 강경 여론의 구심점


연평도 사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북한에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최근의 대북 강경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말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김정일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고 답변한 20대는 43.5%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비율이 높았다.

▼ 70년대生은 ‘햇볕애착 세대’ 80년대生은 ‘도발분노 세대’ ▼


북한의 포격 후 논란이 됐던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에 대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20대는 76.2%가 찬성해 가장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 연이은 병역 지원 기록 돌파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지난해 12월 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고 불안감을 보인 응답층은 20대(35.7%)가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20대의 병역 지원율은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연평도 포격 도발의 진원지가 된 연평부대가 소속된 해병대의 지원율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1월 해병대의 모집 경쟁률은 4.5 대 1을 기록해 모집 업무를 병무청이 해병대에서 넘겨받은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1.57 대 1이던 해병대 경쟁률은 연평도 도발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1월 육군의 모집병 지원율(4.5 대 1)과 공군 지원율(5.4 대 1)도 기존 기록을 경신했다.

병역에 대한 호응은 인기 스타들에게도 이어졌다. 탤런트 현빈이 해병대에 입대하는가 하면 그룹 2PM의 택연은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2년 전 4급(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신체검사를 다시 받아 현역으로 입대하겠다고 밝혔다.

병역을 마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국민 히어로 명! 받았습니다’(KBS)도 신설됐다. 예능 프로그램의 주 타깃이 10대, 20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프로그램의 편성은 군에 대한 20대의 인식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10년 전 20대와는 다른 신세대


흥미로운 대목은 현재 20대가 10년 전 20대였던 30대와 대북 인식에서 대척점에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가 2001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북 전력 무상지원’에 가장 호의적인 세대는 20대(23.6%)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겨레21 조사에서는 20대의 59.4%가 ‘남북관계 중단 조치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같은 시기 동아일보 조사에서도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20대 응답(61.2%)이 가장 높았던 반면 30대는 50.8%로 가장 낮았다.

이런 차이는 지금의 30대가 10년 전 6·15공동선언으로 대표되는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경험했던 세대인 데 반해 지금의 20대는 잇단 북한의 무력도발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화와 국제화라는 토양에서 자란 ‘신(新)안보세대’의 특성상 북한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1982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은 군의 정치 개입이 종식된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녔고 대학 때는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익혔다”며 “이들은 핵 문제로 국제사회의 ‘왕따’가 되고 반인권적인 내정이 공개된 북한 정권에 대해 정서적 반감이 심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에 결정적으로 불을 댕긴 것이 연평도 도발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지금 20대는 탈냉전 이후 태어나 자유 평화 인권을 소중히 여긴다”며 “이들에게 영토가 공격당하고 민간인이 희생당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성운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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