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런 ‘무상 과외’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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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서울 강동구 고교생봉사단 ‘세빛또래’ 동네 초중생 3년째 돌봐

최근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이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과외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명문대 학생 및 구청 공익근무요원 등이 교사로 나선다. 강동구는 한영외고, 강동고 등 주변 지역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봉사단 ‘세빛또래’ 멤버(사진)들이 3년째 초중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제공 강동구
최근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이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과외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명문대 학생 및 구청 공익근무요원 등이 교사로 나선다. 강동구는 한영외고, 강동고 등 주변 지역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봉사단 ‘세빛또래’ 멤버(사진)들이 3년째 초중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제공 강동구
“계획표대로 생활하면 우리가 형이라고 부를게.”

지난달 27일 오후 1시 서울 강동구 상일동 한영외고 1층 교실. 윤도권 군(18)과 윤영찬 군(18)이 초등학생인 박경태 군(11)과 이은석 군(11)이 방금 짠 하루 생활계획표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화요일 목요일 일기 검사 맡기, 할 수 있지?” “수학 공부는 매일 해야 돼!”라며 다독여주는 이들은 박 군과 이 군의 ‘학습 멘터’. 강동고 3학년인 이들은 올해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이다. 1분 1초가 아까울 때지만 자신보다 박 군과 이 군 공부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발랄했다. 이들은 검은 볼펜을 서로의 엄지손가락에 칠해 ‘지장’이라며 계획표에 찍었다. 이내 ‘조건’ 얘기가 오갔다. “내가 안 지키면 너한테 형이라고 할게”라는 박 군과 이 군. 윤도권 군도 질세라 “이거 다 지키면 우리 선생님들이 너희들한테 형이라고 하마”라며 웃었다. 마치 친형제처럼 친해 보이는 이들은 지금 ‘과외’ 중이다.

○ 영어·수학 넘어서 ‘인생 과외’도

선생님으로 나선 고3 학생 두 명은 모두 강동구 지역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 ‘세빛또래’ 멤버다. 고등학생 160명이 2008년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 한부모 가정, 맞벌이집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매주 한 번 3시간씩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다. 무료인 데다 한영외고 등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교 학생이 일대일로 밀착해 공부를 가르치다 보니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아 지난해부터는 구 차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교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한쪽에서 수학책을 펴 든 박상희 군(18·한영외고3)과 중학교 2학년 유경은 양(14)의 분위기는 진지했다. ‘함숫값’ ‘치역’ 등 수학 용어들이 계속 쏟아졌다. 박 군은 “고3이라 시간이 없지만 과외 봉사다 보니 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빛또래 지도교사인 허건성 씨(55)는 “공부 지도가 가장 중요하지만 동네 언니 오빠들이 자신의 고민 상담을 해주는 효과도 만만찮다”고 전했다. 실제 봉사단의 한 멤버는 가부장적인 한국인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이혼하려 한 다문화가정 학생의 어머니를 말려 가정 붕괴를 막기도 했다.

○ 자치구별 프로그램 도입 늘어

대부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이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과외비는 무료다. 자치구들은 ‘스타 강사’ 대신 구 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청에서 일하는 공익근무요원을 활용한 곳도 있다. 구로구는 미국 뉴욕주립대, 워싱턴대를 나온 공익근무요원이 영어, 서울대 한국항공대를 휴학한 공익근무요원이 수학을 가르치는 과외 프로그램을 지난 한 달간 오류1동 자치회관에서 운영했다. 시범 운영임에도 42명의 동네 학생이 몰려 구로구는 이 프로그램을 여름방학 때 확대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

영등포구도 구 내 명문대 학생들을 모아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도하는 프로그램 ‘학습매니저’를 다음 달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박소영 인턴기자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김호경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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