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같다” 열어보니 10억 돈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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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현금 10억 원이 든 상자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경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백화점 10층 물품보관창고에서 사과상자 크기(가로 36cm, 세로 30cm, 높이 25cm·사진)의 종이상자 두 개가 발견돼 보관업체가 경찰에 신고했다. 업체 측은 “보관 물건을 옮기기 위해 상자를 들었는데 엄청나게 무거운 데다 주인과 연락도 되지 않았다”며 “폭발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과 폭발물처리반이 해체한 상자 하나에는 1만 원권 2만 장(2억 원)이, 다른 하나에는 5만 원권 1만6000장(8억 원)이 들어 있었다.

보관업체에 따르면 이 상자는 지난해 8월 25일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맡긴 것. 이 업체는 이곳에 516m²(약 156평) 규모의 창고를 두고 고가의 악기, 예술품 등을 보관료를 받고 보관해줬다. 당시 자신의 이름을 ‘강○○’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1년간 이곳에 맡기고 싶다”며 현금 201만9600원을 보관료로 냈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씨가 보관증에 남긴 주민등록번호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가 남긴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고객의 사정으로 사용이 중지됐다”는 안내만 나왔다. 보관창고 내 폐쇄회로(CC)TV 화면은 보관 기간(3개월)이 지나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 돈이 비자금 등 검은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장소가 국회가 있는 여의도인 만큼 정치인들이 대리인을 시켜 정치자금을 보관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보관창고의 경우 돈만 내면 보관자의 신분이나 직업, 물건의 내용 등은 절대 따지지 않기 때문에 종종 ‘검은 거래’의 장소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물품보관 절차는 계약에 의해 정상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돈을 압수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보관업체는 약관에 따라 보관창고에 돈을 보관하되 계약 기간이 끝나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주인이 찾지 않으면 임의로 해당 물품을 처분할 수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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