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두섭 학생이 운동장에서 10대 급우들과 함께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매천고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업을 한 데 대해 교직원들이 감사의 뜻을 모았습니다.”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하는 이두섭 씨(61)는 9일 매천고 1회 졸업식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상패를 받았다. 박종태 교장은 “이 씨의 성실함은 10대 학생들에게 평생 배움의 소중함을 깊이 새겨준 소중한 삶”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졸업한 343명은 ‘60대 동기’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이 씨는 10대 때 중학교 과정을 2년 동안 다녔지만 학교가 재정난으로 폐교돼 학업을 중단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2007년 이 씨의 고교 입학 자격을 인정했다. 곧바로 이 씨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천고가 개교하자 신입생이 됐다.
이 씨는 3년 동안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을 한 끝에 당당하게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매일 오전 4시경 채소가게 문을 열어 일을 하다 등교시간이면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가게는 가족이 맡았다. 방과 후에는 틈틈이 외국어학원에 다니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이 씨와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강경민 군(19)은 “종종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에 나이 같은 건 중요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 씨가 교실수업과 운동장 체육수업 등 모든 학교생활에서 늘 적극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희 담임교사(37)는 “학생들과 아무 거리낌 없이 활발하게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움의 뜻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이두섭 학생 덕분에 교실이 오히려 더 활기찼다”고 말했다. 또 이병준 국어교사(38)는 “‘나 같으면 저렇게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손자를 얻은 이 씨는 더 실력을 쌓아 내년쯤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그는 “3년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내 인생에서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며 “집에서는 할아버지가 됐지만 늘 ‘학생’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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