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를 쓰고 기념촬영을 위해 캠퍼스를 찾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안지형 씨(오른쪽)와 어머니 윤경애 씨. 학과커플처럼 4년 동안 같이 등교한 모자에게 11일 졸업식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사진 제공 한남대
아들은 뇌병변 장애로 일거수일투족에 도움이 필요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그림자였다. 학교에 갈 때도, 학교에 도착해 강의실로 이동할 때도, 심지어 필기가 느린 아들이 과제를 정리할 때도 어머니는 늘 옆에 있어야 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아들과 어머니는 이제 마지막 등굣길을 남겨두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11일 한남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는 안지형 씨(26)와 어머니 윤경애 씨(52). 이날 오전 대전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 성지관에서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학사모를 쓴다. 어머니 윤 씨는 실제로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4년 동안 아들의 대학생활과 학업을 도운 정성을 인정받아 이날 ‘명예졸업장’과 더불어 ‘위대한 어머니상’을 받는다.
안 씨는 충남 계룡시 용남고 1학년이던 2001년 10월 어느 날 밤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승용차에 들이받혔다. 그 자리에서 30여 m를 튕겨나간 안 씨는 3개월 동안 혼수상태였다. ‘살아난다고 해도 식물인간이 될 것’이라는 의료진의 예측은 다행히 빗나갔지만 수많은 수술 끝에 뇌병변 장애 2급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했다. 윤 씨는 아들에게 책을 사주며 계속 공부하도록 독려했다. 꿈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활치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 씨는 2005년 4년간의 입원 재활치료를 끝냈다. 고교 복학은 어려웠지만 검정고시로 졸업자격을 얻은 뒤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안 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사회복지사 2급과 워드프로세서 2급, 요양보호사 자격증 등을 취득했고, 지금도 각종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취업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안 씨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들을 정신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머니의 헌신으로 기적처럼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어머니의 부축을 받지 않고 내 힘으로 걷는 ‘제2의 기적’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윤 씨는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재활 노력이나 공부를 포기하는 젊은 장애인을 보면 안타깝다”며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10일 충북 청원 충청대 사회복지상담학과를 졸업한 이홍숙 씨(57·사진). 이 씨는 광복군 출신인 고(故) 이병돈 선생의 맏딸. 이 선생은 함경남도 신흥 출신으로 1942년 2월 광복군 제2지대에 입대해 훈련을 받았다. 이듬해 중국 전시 간부훈련단에 파견돼 활동했고, 1945년 4월 미국 전략첩보국(OSS) 특수무기반을 수료한 뒤 이범석 장군 휘하에서 출동명령을 기다리다 광복을 맞았다. 그는 이듬해인 1946년 귀국해 청주에 정착했다. 1992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으며 2005년 작고했다.
선생의 8남매 중 맏딸인 이 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업을 접고 동생들 뒷바라지에 나섰다. 하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교사의 꿈을 한시도 잊지 않고 초등학교 졸업 35년 만인 2001년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해 47세의 나이로 충북인터넷고에 진학했다.
고교 졸업 뒤 충청대에 진학한 그녀는 ‘강의실에서 쓰러지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공부에 매진했다.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던 그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한 부친의 뜻에 따라 뜻에 따라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이 씨는 “아버지는 중학교를 못 간 나에게 달력을 오려 일기장을 만들어 주셨다”며 “딸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한 것을 항상 마음의 짐으로 안고 사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가을부터 모교인 충북인터넷고에서 상담전문 인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충북대 대학원 유아교육과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 씨는 “은퇴를 준비할 나이지만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상담 온 학생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 열심히 하라고 말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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