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4>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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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너무 비싸 300년 넘게 ‘그림의 떡’

곧 밸런타인데이다. 연인들은 올해도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확인할 것이다. 하지만 밸런타인데이는 단지 사랑 고백의 날만은 아니었다. 기원을 보면 새봄을 맞아 풍요를 빌고 다산을 기원하는 의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짙다. 밸런타인데이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진실과 거짓을 추적해 본다.

먼저 초콜릿 선물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일반인이 초콜릿을 먹은 것은 20세기 초반이다. 원료인 카카오가 16세기 남미에서 유럽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값비싼 사치품이어서 일반인은 19세기 말까지 맛보기 힘들었다. 또 지금과 달리 먹는 과자가 아니라 마시는 음료였다.

고체 초콜릿은 1847년 처음 나온다. 영국의 프라이(J. S. Fry & Sons)라는 회사에서 개발했지만 극소수 상류층이 먹는 과자였다. 대중화는 1900년 이후로 카카오와 설탕값 하락 이후다. 그래도 값은 만만치 않았다. 1900년의 미국 교사 연봉이 328달러였는데 초콜릿바는 10센트였다. 일당 90센트의 근로자가 먹기에는 부담이 가는 값이다. 그러니 값이 한참 떨어진 20세기 초반 이후 선물로 자리 잡는다.

왜 초콜릿을 선물로 줬을까. 초콜릿 회사의 마케팅도 있었겠지만 사람들이 초콜릿에 대해 품고 있던 환상, 값비싼 사치품에 대한 동경, 그리고 밸런타인데이의 기원이 낳은 복합적인 결과다.

초콜릿에 대한 유럽인의 이미지는 사랑이다. 마야와 아스테카 문명에서 카카오가 상류층의 흥분제로 쓰인 흔적이 있는데 유럽에서도 초콜릿은 대중화되기 전까지 사랑의 식품(erotic food)이었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원설을 보면 주로 짝짓기와 관련이 많아 초콜릿 선물의 유래를 여기서 찾기도 한다.

밸런타인데이는 가톨릭 성자인 발렌티누스의 순교일이다. 13세기 이탈리아 제노바의 대주교 지오코모가 쓴 성인집의 기록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발렌티누스는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에게 처형됐는데 순교 직전 간수의 눈먼 딸을 치료하는 기적을 보여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연인의 사랑과는 관련이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군인의 결혼을 금지한 황제 몰래 사랑을 맺어준 것이 밸런타인데이의 기원이라는 설은 근거가 없다.

밸런타인데이가 사랑과 연결되는 최초의 기록은 영국시인 초서가 1382년 발표한 백조의 모임(Parle-ment of Fowls)이라는 시다. ‘밸런타인데이에 새들이 서로 짝을 짓는다’는 구절이 있다. 영국 민속에서 봄철 새들이 짝짓는 날과 밸런타인데이가 2월 14일이라는 것을 연결 지어 사랑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이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자주 나오며 연인의 날로 자리를 잡는다.

또 다른 배경은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2월 14일 전후를 사랑, 짝짓기, 다산과 관련된 날로 보기 때문이다. 근거는 고대 로마의 루페르쿠스 축제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로마인은 목동의 신 루페르쿠스를 위한 축제를 통해 다산과 풍요를 기원한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로마의 전통이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밸런타인데이, 루페르쿠스 축제, 새들의 짝짓기, 연인, 그리고 초콜릿에서 공통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2월 14일, 사랑, 다산, 그리고 풍요의 기원이 그것이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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