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여장 남자 “뭘 봐” 승강장서 주먹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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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어머, 오빠 뭘 봐. 내가 이상해 보여?”

10일 오후 7시경 서울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 분홍색 후드 티셔츠에 다리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은 채모 씨(34)가 나타났다. 채 씨는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올겨울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인 ‘어그 부츠’를 신고 있었다. 남자다운 다부진 체격과 달리 의상은 화려했다. 목소리도 굵은 저음 대신 날카로운 고음이었다.

김모 씨(32·여)와 조모 씨(43) 일행을 비롯해 역무원 김모 씨(29) 등 승강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채 씨를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눈길로 바라보자 채 씨는 이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니었지만 채 씨는 조 씨 일행과 역무원 김 씨 등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다리를 발로 수차례 걷어차다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채 씨는 “사람들이 내 옷차림을 비웃으면서 수군거리기에 기분이 나빠 주먹을 휘둘렀다”며 “돈이 있으면 성전환 수술을 받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어서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채 씨가 자신의 몸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인 줄은 모르고 자신을 업신여긴다는 과대망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주민등록상 남자로 돼 있는 채 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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