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에서 발생한 도난사고 범인을 붙잡은 김모 사장(51·여)은 범인을 잡았다는 기쁨보다 오히려 허탈감에 빠졌다. 범인이 13년간 친동생처럼 여겨온 회사 관계자였기 때문.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김 사장의 양말 공장에는 지난달 20일 오전 도둑이 들어 사장실 책상 서랍에 있던 반지와 귀고리 등 시가 30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가져갔다. 범인을 찾기 위해 공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던 김 사장과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CCTV 화면에 직원 박모 씨(49)가 범인으로 나온 것. 공장에서 청소 일을 하던 박 씨는 재직 13년간 성실함으로 김 사장과 임직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사람. 이런 박 씨를 김 사장은 친동생처럼 믿고 아꼈으며 아예 사장실 열쇠를 통째로 맡기는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화면 속의 박 씨는 딴사람이었다. 박 씨는 유유히 사장실에 들어가 준비해 간 드라이버로 서랍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비닐봉지에 귀금속을 쓸어 담았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13일 박 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김 사장이 그래도 ‘물건만 돌려주면 박 씨를 처벌하고 싶지 않다. 다시 같이 일을 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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