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공기관 개인정보 과다보유]경찰자료 2000년이후 고스란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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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1985∼1995년에 있었던 ‘도곡동 땅 거래’를 둘러싸고 실소유자 논란에 시달렸다. 이 땅에 대한 납세자료를 뒤져보기 위해 국세청 전산망에 접속했던 사람들은 대거 검찰수사를 받았다. 이처럼 보유기한 규정을 무시하고 방대하게 축적된 공공기관 정보는 수시로 유출될 소지를 안고 있다.

○ 개인정보 100억 건 이상 보유 추정

동아일보와 김을동 의원실이 국세청과 경찰청이 자체 규정 등을 위반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오래된 개인정보를 빼내 악용하는 사례가 언제든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국민의 소득정보를 낱낱이 알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었다. 소득세 파일(5143만9200명)에서 2865만2797명 분량의 정보가 행정안전부에 보고한 보유기간(5년)을 넘어선 것이었다.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 이자·배당소득 원천징수영수증, 보험금 지급 자료, 면세사업자 수입금액 신고 등 8억1200만여 명의 정보를 5∼10년까지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납세 의무자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유효기간(제척기간)을 정보보유 가능 기간으로 규정해 놓고도 이를 초과해 개인의 납세자료를 보유한 경우가 많았다. 범죄 전력이라면 몰라도 과태료를 납부하거나 납세의무를 이행한 자료까지 영구히 남아 국민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주홍글씨’가 되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개인의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처분 기록부터 자동차운전학원 교육생 정보까지 자체 규정을 위반해가며 장기 보유하고 있었다. 교통법규 위반자 과태료 및 통고처분 자료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전체 1억5173만 명(이하 누적인원)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9620만8264명의 정보가 보유한 지 5년이 넘었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경찰의 ‘교통단속처리지침’ 비공개 내부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이런 정보는 5년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무인단속카메라 단속정보(1억77만여 명) 중 531만4000명의 자료가 규정(10년)을 위반해 보유 중이었다. 자동차운전학원 교육장 입·퇴실 시간까지 담긴 정보 또한 5년 보유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2682만여 건이나 됐다. 경찰은 행정안전부엔 “내규에 따라 보유 중”이라고 보고했지만 실제 개인정보는 2000년 1월 전산망이 구축된 이래 계속 보존하고 있었다. 김 의원실은 집계하지 못한 기초자치단체 및 산하기관, 학교 교육청 등 교육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쌓인 개인정보가 100억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 노출되고…유출되고…빠져나가는 개인정보

국가기관의 정보유출은 △해킹을 통한 유출 △웹사이트를 통한 노출 △공무원이나 직원에 의한 유출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사이버 침입(해킹) 시도는 중앙행정기관보다 정도가 심해 2009년 4월부터 2010년 5월까지 4446만 건이나 됐다. 국가기관과 지자체 및 산하기관 교육기관 등을 합친 실제 해킹 피해사례는 2006년 4286건, 2007년 7588건, 2008년 7965건, 2009년 1만659건으로 최근 3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개인정보 노출도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행안부가 매년 6, 7회 정부 부처의 웹사이트를 점검한 결과 한 해 300∼700개 공공기관 사이트에서 2만∼9만 개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노출돼 있었다. 2006∼2009년에는 총 343명의 공공기관 직원이 개인정보 유출로 징계를 받았지만 이 중 90%인 285명은 견책이나 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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