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은행 한 지점. 간판을 가만히 살펴보니 유통단지영업부라고 적혀 있다. 보통 ○○지점이라고 표기하는 것과 달랐다. 내부는 여느 은행 지점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마감시간(4시)이 훌쩍 넘었음에도 직원들은 밀려드는 고객 응대에 한창이었다.
대구은행 유통단지영업부는 올 1월 지점에서 영업부로 승격됐다. 대구은행이 생긴 이래 스스로 승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점장은 부장으로 승진했다. 2007년 8월 지금의 자리에 옮겨왔을 때만 해도 총 자산은 2500억 원이었지만 현재 4430억 원으로 늘었다. 인근 시중은행 4곳을 모두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 지역은 유통단지, 검단공단, 산격지구 등에 3500여 중소기업체가 있어 은행들의 대표 전략투자 지역으로 꼽힌다. 내로라하는 시중은행과 경쟁해서 거둔 성과라 의미가 있다는 게 대구은행 측 설명이다.
유통단지영업부는 승격과 함께 12일 본점에서 열린 2010년 성과평가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류상우 부장은 이런 성과의 비결에 대해 “지역밀착 경영과 가가호호 방문 서비스”라는 말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춘수 대구은행장의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 그는 “고객의 혼까지 감동시키는 것이 대구은행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274억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705억 원보다 33%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한 해 은행 살림살이 성적표다.
대구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대비 등에 따른 충당금 비용이 전년 대비 29% 증가해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영업력 강화와 수익원 다변화에 주력한 결과 영업이익도 2009년보다 25% 늘어났다. 대구은행은 주주들에게 주당 300원씩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2009년 배당액(주당 160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얻은 대구은행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200여 개 지점은 고객 혼사까지 챙기는 등 지역밀착 경영이 활발하다. 하 은행장은 기업 현장을 찾는 ‘최고경영자(CEO)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 교육재단도 방문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구은행은 40년 이상 이러한 노력을 하면서 지역민에게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유통단지영업부를 10년 이상 이용하고 있는 이진범 동재공업 대표이사는 “수년간 쌓인 신뢰 관계를 통해 상생하고 있다”면서 “은행 창구가 내 사무실처럼 편하다”고 했다.
대구은행은 올해 경영 목표를 ‘변화와 창의적 성장’으로 정하고 재무목표를 당기순이익 3200억 원으로 설정했다. 조만간 금융지주 설립으로 새로운 도약 기반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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