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덕? 교과부 “고교입시 개선-학원단속 등 효과”
통계 탓? “학생 21만명 감소 때문… 고액과외는 늘어”
국내 사교육비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0% 이상이던 사교육비 증가율이 2008년부터 3∼4%로 낮아지더니 지난해에는 마이너스가 됐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고교 입시제도 개선, 학원 단속 등 사교육 대책이 효과를 거둔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에서는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다. 사교육비는 정말로 줄었을까.
○ 사교육비 감소액은 미미
교과부는 지난해 사교육비가 20조8718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1년 전보다 7541억 원(3.5%) 감소했다. 통계청이 전국 1012개 초중고교 학부모 4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표본조사를 통해 1인당 사교육비를 확인하고 전체 학생 수(726만976명)를 곱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00년부터 해마다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뒤 총액이 줄어들기는 처음이라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인구감소다. 학생이 전년 대비 21만 명 줄었으므로 5891억 원은 자연 감소분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9년(24만2000원)과 2010년(24만 원)이 거의 차이가 없다. 초등학교가 24만5400원→24만5200원, 중학교가 26만 원→25만5000원, 일반고가 26만9000원→26만5000원으로 줄었다.
수치만을 가지고 사교육 대책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영어 수학이 아닌 사회와 과학에서 사교육비가 줄어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우려한 탐구과목의 축소 현상이 통계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 월평균 50만원 고액 과외 늘어
주목할 부분은 고액 과외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월평균 50만 원 이상을 들이는 학생은 12.1%로 0.3%포인트 늘었다. 40만 원∼50만 원 미만(7.7%)도 0.2%포인트 늘었다. 반면 10만 원 미만과 10만 원∼20만 원 미만은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줄었다.
사교육의 양극화를 드러낸다고 판단해서인지 통계청의 이 자료를 교과부는 보도자료에서 뺐다. 교과부 관계자는 “고액 지출 비중이 늘어난 원인은 정책적으로 분석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시도별로 보면 서울(32만1000원) 경기(27만1000원) 대구(25만 원)가 평균보다 높았고, 전북(16만4000원) 전남(16만8000원) 충북(17만4000원) 등 나머지 13개 시도는 낮았다.
감소율이 높은 곳은 경북(―5.1%) 충남(―4.8%) 경남(―4.2%), 증가율이 높은 곳은 전북(4.5%) 전남(3.1%) 제주(2.8%)였다. 교과부는 시도별 경감성과를 교육청 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석래 교과부 사교육대책팀장은 “시단위에서는 서울이 ―3.0%로 가장 높은 사교육비 경감률을 보였고, 그중에서도 강남 지역은 5.1% 감소했다”며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등 고교 입시제도 개선과 학원 교습시간 단축정책이 효과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사교육 업체는 정책의 효과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지난해 고등부 온라인 수강생이 2009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4분기(10∼12월)에 오히려 늘었다. 입학사정관제 등 새로운 전형 역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요소가 해소되지 않으면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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