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쉼터와 공부방으로 이용하는 인천지역 아동센터가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지역 내 아동센터 대부분이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운영평가를 거부해 지난달부터 보조금을 절반만 지원받고 있기 때문이다.
○ 아동센터 79%가 거부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 전국의 아동센터가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5월 전국 아동센터의 공공성, 책임성 및 서비스 상태 등을 점검해 평가 점수가 낮을 경우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반면 평가 우수 시설에는 100만 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천지역 아동센터 170여 곳 중 134곳이 정부 방침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역아동센터 올바른 평가 정착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정부가 평가 점수와 비례해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보조금을 삭감할 경우 평가 점수가 낮은 아동센터는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인천의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도 “아동센터에 대한 평가가 정말로 객관적이고 공정한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시설 면에서 애초부터 열악한 아동센터는 평가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평가 기준을 일부 수정한 뒤 “만약 끝까지 평가를 거부한다면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170곳 중 134곳이 평가를 거부했다. 나머지 36곳은 정부 평가를 수용했다.
○ 대책 마련 시급
평가를 거부한 아동센터 134곳은 지난달부터 정부가 주는 보조금을 50%만 받고 있다. 통상 아동 10명 이상 29명 이하(종사자 2명) 시설은 월 370만 원을 지원받지만 평가를 거부한 아동센터는 절반인 185만 원만 받는다. 이에 따라 보조금과 일부 독지가의 도움으로 근근이 운영해오던 아동센터들은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후원금이 끊긴 곳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최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보복성 페널티 적용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 인천지역 아동센터를 이용하는 학부모들도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정부와 시에 전달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아동센터 중장기 지원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시는 “재원 마련이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는 대신 아동센터가 운영난을 겪으면 저소득층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을 고려해 가용예산과 기업 후원 등을 통해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아동센터들의 평가 거부운동을 (정부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열악한 곳은 예년 운영비의 70% 수준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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