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함바 비리’ 뺨친 방송국 밥차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나, PD인데 운영권 주겠다”… 2100만원 꿀꺽

“떡볶이 장사 힘드시죠? 저희 드라마 촬영장에서 ‘밥차’ 한번 하실래요?”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노상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던 최모 씨(59)에게 한 손님이 찾아왔다. 자신을 SBS 드라마 ‘자이언트’의 PD라고 소개한 유모 씨(41)는 “드라마 야외촬영이 많아 밥차(촬영 현장에서 식사를 공급하는 차)를 운영하면 상당한 돈을 벌 수 있다”며 “방송국에 1000만 원을 입금해야 하니 계약금으로 100만 원을 내라”고 말했다. 달콤한 말에 속은 최 씨는 그 자리에서 유 씨가 부르는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이튿날 ‘유 PD’는 “방송국에 1000만 원이 아닌 3000만 원을 줘야 한다”고 말을 바꿨고 최 씨는 다시 350만 원을 건넸다. 일주일 뒤 만난 유 씨는 “KBS에도 드라마가 있는데 원하면 밥차 운영권을 추가로 얻어주겠다”고 했고 최 씨는 기대에 부풀어 1650만 원을 보냈다. 유 씨는 방송국과 아무 관계도 없었지만 방송국 로고로 만든 가짜 인감과 허위 계약서를 보여주며 최 씨를 속였다. 이후 최 씨는 6700만 원을 들여 차량과 주방 용기도 샀지만 유 씨는 돈만 받고 자취를 감췄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년 가까이 찜질방 등을 전전하던 유 씨를 최근 붙잡아 사기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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