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노상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던 최모 씨(59)에게 한 손님이 찾아왔다. 자신을 SBS 드라마 ‘자이언트’의 PD라고 소개한 유모 씨(41)는 “드라마 야외촬영이 많아 밥차(촬영 현장에서 식사를 공급하는 차)를 운영하면 상당한 돈을 벌 수 있다”며 “방송국에 1000만 원을 입금해야 하니 계약금으로 100만 원을 내라”고 말했다. 달콤한 말에 속은 최 씨는 그 자리에서 유 씨가 부르는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이튿날 ‘유 PD’는 “방송국에 1000만 원이 아닌 3000만 원을 줘야 한다”고 말을 바꿨고 최 씨는 다시 350만 원을 건넸다. 일주일 뒤 만난 유 씨는 “KBS에도 드라마가 있는데 원하면 밥차 운영권을 추가로 얻어주겠다”고 했고 최 씨는 기대에 부풀어 1650만 원을 보냈다. 유 씨는 방송국과 아무 관계도 없었지만 방송국 로고로 만든 가짜 인감과 허위 계약서를 보여주며 최 씨를 속였다. 이후 최 씨는 6700만 원을 들여 차량과 주방 용기도 샀지만 유 씨는 돈만 받고 자취를 감췄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년 가까이 찜질방 등을 전전하던 유 씨를 최근 붙잡아 사기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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