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상수원 27곳 침출수 유출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환경부 99곳 조사

한강 상류지역 구제역 가축 매몰지 27곳이 침출수 위험으로 인한 ‘2차 환경오염’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구제역으로 매몰된 가축 사체가 부패 과정에서 팽창해 매몰지가 ‘융기’(높게 일어나 들뜨는 것)하는 현상도 여기저기서 잇따르고 있다.

○ 경기 양평군 위험 매몰지 가장 많아


환경부는 17일 ‘구제역 침출수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부 현장조사단이 한강 상류지역 내 총 2926곳의 가축 매몰지 중 상수원 인근에 있어 오염이 우려되는 99곳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오염 가능성이 큰 한강 상류 지역 매몰지는 △경기 양평군 개군면(4곳) 청운면(1곳) 강하면(1곳) 양평읍(2곳) 지평면(1곳) △경기 여주군 점동면(2곳)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3곳) 와부읍(2곳) 화도읍(1곳) △강원 원주시 소초면(3곳) △강원 춘천시 동면(5곳) △충북 괴산군 사리면(2곳)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매몰지 가운데 12곳은 하천에서 3∼30m 떨어진 곳에 있어 수질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식약청, 침출수 의심지역 식당 비상관리… 이천에선 팽창한 돼지사체 땅위로 돌출 ▼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지침(환경부)에 따르면 매몰 장소는 지하수위로부터 1m 이상, 하천 수원지 등으로부터 3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배수로 등이 설치되지 않아 우기(雨期)때 붕괴 위험이 있는 매몰지도 11곳이나 됐다. 경사 지형에 매몰지가 조성돼 무너질 소지가 큰 매몰지도 4곳
으로 집계됐다.

이에 앞서 정부 현장조사단이 지난달 24∼28일 낙동강 상류인 경북지역에서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매몰지 89곳을 조사한 결과 61곳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이 문제의 매몰지들을 대상으로 옹벽과 차수벽을 설치하고, 배수로를 보강하기로 했다.

○침출수에 이어 융기 피해 속출 우려

매몰지 현장에서는 가축 사체가 부패 과정에서 팽창해 매몰지가 융기하고 사체 일부가 돌출되는 상황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이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돼지 2000여 마리를 묻은 호법면 주미리의 한 매몰지에서 이달 1일 돼지 사체가 드러나 다시 묻었다. 지난달 21일에는 돼지 4300여 마리가 묻힌 모가면 소고리의 한 매몰지에서도 사체가 흙 밖으로 돌출됐다. 이런 현상은 이천 지역 매몰지 6곳에서 발생했다.

한편 이달 초부터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시설채소단지에서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에서 악취가 발생해 주민들이 이천시에 신고했다. 이곳에서 수십 m 떨어진 논에는 돼지 9000여 마
리를 묻은 매몰지가 있다. 이천시는 지하수 샘플을 확보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아직 괜찮아” vs “따뜻해지면 위험”

환경부는 이날 설명회에서 최근 한강 유역 팔당댐, 낙동강 유역 물금 등 전국 주요 상수원 수질 측정 결과를 공개하면서 “침출수가 상수원을 오염시킨 사례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침출수가 상수원에 흘러들어도 정수 처리로 제거할 수 있는 만큼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임순 광운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영상 10도 미만은 부패가 지연되지만 영상 10도를 넘으면 부패가 잘 진행되고 20도를 넘으면 활발해진다”며 “3월부터 날씨가 풀리면 침출수가 다량으로 상수원에 흘러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정수를 거쳐도 병원성 바이러스 등이 수돗물 속에 있을 여지도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17일부터 전국 매몰지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이날부터 침출수 오염 의심 지역에 대한 비상관리에 들어갔다. 식약청은 오염 의심 지역 내 지하수를 사용하는 학교, 음식점, 도시락업체에서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즉각 지하수 이용 중단, 영업 정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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