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에 칠곡보 등 6개 설치··· 말라가는 강에 새 생명
공사후 보 주변에 수변 공원-수상레저 공간 조성 계획
《물 자원 확보 등을 위해 낙동강 구간에 설치되는 ‘다기능 보(洑)’는 8개. 이 가운데 6개(상주, 낙단, 구미, 칠곡, 강정, 달성보)가 경북지역에 조성된다. 나머지 2개(합천, 함안보)는 경남구간이다. 올해 하반기(7∼12월)에 대부분의 주요 공정을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낙동강 모습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기능보 중에서 칠곡보는 역사적 의미가 깊다. 1950년 8월 남침하던 북한군을 치열한 전투 끝에 막아낸 낙동강 방어선이 바로 여기다. 이 때 폭파한 왜관철교가 아직도 그 상처를 보여준다.》 “처음엔 진짜 놀랐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낙동강이냐’는 것이었죠. 실망스러웠지만 동시에 이제 강다운 강이 되도록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7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일대 낙동강 살리기 사업(24공구)을 맡고 있는 지덕진 현장소장(54·대우건설 상무)은 자신감이 넘쳤다. 서울에서 지하철 공사를 하다 2009년 10월 이곳에 온 그는 “연중 물이 풍성한 서울 한강에 익숙하다 여기를 보니 평소 짐작했던 낙동강의 풍성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고 작은 하천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 공사 구간은 칠곡과 성주, 대구 달성군 등 3개 지역에 걸쳐 있는 18km. 다기능보(400m)와 소수력발전소 건설, 강 바닥 퇴적토를 걷어내는 것, 어도(고기가 다니는 길)를 조성하는 것이 주요 공사다. 공사가 연말에 끝나면 둔치는 여러 모습의 생태공원으로 가꿔질 예정이다. 하루 300여 명이 투입돼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공정은 75%가량이다.
칠곡보에서 하류쪽으로 1.5km 떨어진 지점에는 왜관철교(문화재청 지정 근대문화유산 406호) 3개가 나란히 있다. 일제강점기에 세운 철교는 일제 침략과 6·25전쟁의 흔적 및 상처를 아직도 보여준다. 1905년 만든 철교는 지금 인도(人道)로, 1941년 건설한 철교는 현재 경부선 철도로 각각 사용되고 있다. 6·25전쟁 참전국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줄지어 걸려 있는 왜관철교는 이런 사정 때문에 ‘호국의 다리’로 불린다. 부근에 있는 왜관지구전적기념관을 둘러보면 전쟁 당시 상황이 동영상처럼 떠오른다.
공사를 시작한 이후 강 바닥에서 6·25전쟁 때 사용한 불발포탄 7발이 발견됐다. 학군장교(ROTC) 출신인 지 소장은 “포탄 신관(폭발장치)이 살아있어 잘못 다루면 터질 수 있다”며 “전쟁 이후 60년 이상 지났지만 당시 치열했던 낙동강전투가 눈에 어른거리는 듯하다”고 했다.
철교 교각 부분은 낡아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한 부분으로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칠곡보에서 상류쪽으로 700m가량 떨어진 곳에 세워진 교량에는 고속철(KTX)이 다닌다. 일제강점기 철교와 최신 교통인 고속철 사이에 진행되는 칠곡보 공사는 낙동강의 또 다른 역사를 쓰는 셈이다. 지 소장은 “그냥 ‘보’가 아니라 꼭 ‘다기능보’라고 불러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저 ‘보’라고 하면 강물을 단순히 가둬놓는 시설처럼 느껴지지만 가동보(수문을 통해 수량 조절을 하는 움직이는 보) 기능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기능보는 물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는 것이다. 칠곡(다기능)보 400m 가운데 고정보 부분은 168m인 데 비해 가동보 부분은 232m이다. 낙동강 전 구간의 다른 보도 가동 원리가 같다.
공사 과정에서 강 바닥을 조사한 결과 오래전부터 돌로 물속에 보를 군데군데 설치해둔 경우가 여러 개 발견됐다. 지 소장은 “물이 그냥 흘러가버리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막을 생각으로 이런 방식을 사용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물이 부족하면 식수와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물을 일정하게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기술을 활용해 조절함으로써 ‘저축’하면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민들은 어렵게 시작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잘 마무리돼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다. 낙동강변에서 오이 농사를 짓는 곽경수 씨(54·칠곡군 왜관읍 금남리)는 “공사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말대로 낙동강이 크게 바뀌어 농사를 마음껏 짓고 유원지처럼 돼 주민들의 생활에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곽 씨는 “농사에는 물 걱정을 하지 않아야 되는데 지금은 물이 부족해 보통 걱정이 아니다”며 “낙동강 사업이 이런 데도 꼭 걱정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칠곡보 공사에 참여하는 기술자들은 강물이 연중 일정하게, 그것도 풍부하게 흐르게 된다는 것을 가장 확신했다. 최철호 기술사(43·대우건설 차장)는 “이 구간의 연간 확보 수량은 6200만 t으로 지금보다 33배 늘어난다”며 “여기서 일을 해보니 들쭉날쭉 흘러가버리는 물이 얼마나 아까운지 모른다”고 했다.
칠곡보 공사가 연말에 끝나면 내년에는 이 일대에 호국평화공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변(水邊) 공원과 수상 레저 공간이 조성된다. 장세호 칠곡군수는 “이곳 낙동강전투가 지나간 역사인 데 비해 낙동강 살리기는 현재와 미래를 가꾸는 것”이라며 “사업이 마무리되면 역사가 공존하는 의미 깊은 낙동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보 공사가 마무리되면 보 주변을 중심으로 낙동강 구간 9개 시군 연안 456km에 숲길과 공원, 레저공간 등을 2013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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