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갓바위 행정구역-명칭 싸움… 그냥 ‘갓바위’로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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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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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갓바위는 그냥 갓바위 아닌가요.”

두세 달에 한 번씩 ‘팔공산 갓바위’를 찾아 가족 건강을 기원하는 주부 윤모 씨(52)는 20일 갓바위 명칭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가 갈등을 빚는다는 말에 “속 좁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팔공산 갓바위는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다. 갓바위 석불(石佛)이 남쪽을 향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산이나 경남, 울산 쪽에서도 많이 다녀간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 갓바위 이름을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으로 바꿨다. 전에는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431호)으로 불렀다. 소재지를 명확하게 한다며 행정구역을 넣은 것.

대구시와 대구 동구는 “‘경산’이라는 이름을 넣으면 경산지역 문화재처럼 여겨져 부당하다”며 문화재청에 변경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갓바위 행정구역은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며칠 전 열린 대구시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일부 시의원과 대구시 관계자들은 “경산이라는 이름이 들어가기까지 대구가 뭘 했느냐”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팔공산은 대구뿐 아니라 경북 군위군 영천시 경산시 칠곡군에 걸쳐 있다. 흔히 ‘대구 팔공산’이라고들 하지만 면적을 따지면 경북 지역이 훨씬 넓다. 오히려 ‘경북 팔공산’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더 넓게는 ‘영남 팔공산’이요, ‘대한민국 팔공산’ 아니겠는가. ‘경산 갓바위’라고 해서 경산시가 특별히 득을 볼 것도, 대구시가 엄청나게 손해를 볼 것도 없다. 그저 갓바위라고 부를 뿐 ‘관봉석조…’라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갓바위가 유명해진 것은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 때문이지만 거기에는 ‘정성껏 기도하면’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얕은 계산으로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극정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갓바위 명칭을 둘러싼 논란은 ‘정성’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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