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님/동서남북]‘알다브라 거북 이전’ 기부자 의견 존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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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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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기자
이기진 기자
대전동물원에는 세계적 희귀종인 알다브라 육지거북 한 쌍이 있다. 인도양 군도 세이셸공화국에 서식하는 이 거북이 반출된 곳은 영국과 프랑스 중국 한국뿐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세이셸을 지배할 때 임의로 반출해갔고,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이 2007년 방문했을 때 선물로 받았다. 우리나라엔 대전시가 지역 소주업체인 ㈜선양의 도움으로 지난해 들여왔다. 평균 수명이 250년이니 앞으로 150년 이상 대전에서 살게 된다.

최근 대전시가 이 거북을 한밭수목원으로 옮기려하고 있다. 동물원 한 구석에 있느니 도심으로 옮겨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장수의 상징인 거북을 갑천과 엑스포과학공원, 수목원 등이 가까운 이곳에 옮겨 볼거리 제공은 물론 주변을 ‘건강테마파크’로 꾸미자는 생각이다.

이 제안은 거북을 들여온 선양 조웅래 회장의 아이디어다. 그는 “어린이들이 거북과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하고, 대전의 명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시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에 나서자 일부에서 ‘예산낭비, 수목원 정체성 훼손, 전직 시장 치적 폄훼’ 등의 지적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기부문화가 일반화된 서구에서는 기부자 의견이 철저히 존중된다. ‘전직 시장 치적 폄훼’나 ‘예산낭비’라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전시는 최근 해명자료를 내고 거북 이주에 대한 시민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시민 여론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거북 한 쌍의 주거지를 옮기는 것까지 여론조사로 결정해야 하는지, 이것이 혹시 눈치 보기 행정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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