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마약용의자에 약점 잡힌 ‘투 캅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음성반응 나오자 협박 당해… 600만원 뜯겨

부산 사상경찰서 형사팀은 17일 한 여성에게서 마약전과자 이모 씨(50)가 마약을 복용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형사팀 소속 신모 경사와 최모 경장에게 이 씨를 찾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두 형사는 수소문 끝에 이날 오후 11시 40분 남구 대연동의 한 카페에서 나오는 이 씨를 찾아 임의동행 형식으로 차량에 태웠다. 이 과정에서 이 씨가 카페에서 마약 공급책 정모 씨(45)와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정 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정 씨는 흉기를 휘두르며 반항했다. 경찰이 가스총을 발사했지만 정 씨는 차량을 타고 도망갔다. 이 틈을 타 이 씨도 도주했다.

이 씨는 다음 날 중구 부평동에서 다시 붙잡혔다. 하지만 소변검사에서 마약 음성반응이 나오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씨는 “검거 과정에서 얼굴을 다쳤다”며 치료비를 요구했다. 두 형사는 사건을 덮기 위해 이 씨에게 100만 원을 건넸다. 이 씨가 “언론에 알리겠다”고 다시 협박하자 다음 날 500만 원을 추가로 줬다. 19일 정 씨까지 “가스총에 왼쪽 눈을 다쳤다”며 2억 원을 요구하자 두 형사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상부에 협박받은 사실을 보고했다.

경찰은 23일 마약판매 및 투약혐의와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정 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이 씨도 협박, 공갈 혐의로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형사들이 사건을 자기 선에서 무마하려다 되레 공갈에 걸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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