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부장관 “日 드라마 받아들일 때 됐다” 발언 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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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韓流 vs 日流’ 대결 오나

2006년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2008년 ‘아쓰히메’, 2002년 ‘고쿠센’(왼쪽부터 시계방향). 동아일보DB
2006년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2008년 ‘아쓰히메’, 2002년 ‘고쿠센’(왼쪽부터 시계방향). 동아일보DB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이제 일본 드라마를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해 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화부는 다음 날인 24일 “장관이 평소 소신을 얘기한 것으로,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곧바로 진화에 나섰지만 정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2004년 1월 제4차 개방 이후 중단됐던 일본 대중문화의 추가 개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집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10여 년 전 일본 문화 개방 조치를 취할 때 일본에 문화적으로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일본 내 한류 확산으로 나타났다”며 “더구나 지금은 우리가 여러 면에서 문화적으로 우위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최근 일본에서 한국 가요와 드라마가 한류붐을 일으키면서 이제는 문호를 개방해도 문화 잠식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아이리스’ 등이 일본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류 붐을 일으켰고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이 이를 이어받아 한류 콘텐츠의 소비층을 10, 20대로 넓혀놓았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돼 왔다. 1998년 10월 1차 개방 때는 세계 4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 아카데미) 수상작과 일본어판 출판만화 및 만화잡지가 들어왔다. 1999년 9월 2차 개방 때 세계 70여 개 영화제 수상작과 2000석 이하의 실내 대중가요 공연이 개방 대상이 됐다. 2000년 6월 3차 개방으로 ‘18세 이상 관람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영화와 스포츠, 다큐멘터리 방송 프로그램이 국내에 들어왔다. 2004년 1월에는 4차로 모든 영화와 일본어로 부른 음반의 유입이 허용됐다.

이후 순풍을 타던 일본 문화 개방은 2005년 일본 후소샤(扶桑社)판 역사교과서의 개정판 윤곽이 드러나고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단됐다.

현재 일본 대중문화 제한 현황을 보면 드라마의 경우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에서 한일 합작품 이외의 드라마를 방영할 수 없고 △케이블과 위성방송에서는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을 내보낼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이 전면 불가능하며, 대중가요의 경우 지상파 방송에서 일본어로 부른 뮤직비디오를 내보낼 수 없다.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문화계의 반응은 1∼3차 개방 때보다는 차분한 분위기다.

송창의 CJ미디어 제작본부장은 “10∼20년 전에는 일본 드라마나 교양 프로그램을 많이 베꼈을 만큼 일본 문화에 대한 의존도가 컸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자생력이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 드라마는 20∼35세 여성에 맞춘 트렌디 드라마가 주종인데,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고 역동성도 떨어진다. 일본 가요는 높아진 한국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이 조선왕조 의궤를 포함한 일본의 불법반출 문서 반환과 맞물려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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