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그림을 선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출국해 약 2년간 미국에 머물렀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사진)이 24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한 전 청장을 28일 오후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이 사전에 귀국한다는 사실을 알려오지는 않았다”며 “입국 시 통보조치가 돼 있어서 귀국 사실을 알았고 변호인이 연락을 해와 소환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한 전 청장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뒤늦은 귀국 배경에 대해 미국에 머물 수 있는 비자 기간이 만료된 데다 부인이 오랜 기간 암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부터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1월까지 국세청장을 지냈고 재임 중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단초를 제공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보유’ 관련 의혹을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으로부터 보고받았다는 의혹도 있어 사전 예고 없이 귀국한 그가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할지 주목된다.
우선 한 전 청장은 2007년 국세청 차장 시절 전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박연차 게이트로 이어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관할 기관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 맡겨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국세청장이 된 뒤인 2008년 12월 경북 경주의 한 골프장에서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가까운 지역 유지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민주당과 참여연대는 2009년 이런 의혹을 수사해 달라며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에게 그림 로비와 직권 남용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미 전 전 청장 부부와 안 전 국장 등의 진술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골프접대 의혹은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 전 청장은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2009년 1월 국세청장직을 사퇴하고 그해 3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뉴욕주립대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머물며 “연구 활동이 끝나기 전에는 귀국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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