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의 수능과 EBS교재 연계 유형을 살펴보면 △EBS교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나 개념 활용 △교재의 지문, 그림, 자료, 표 등을 활용해 출제 △핵심제재나 논지 활용 △문항의 변형(축소, 확대, 결합, 수정 등)이다. 수능 출제위원들은 이 연계 유형에 맞춰 시험을 출제했으나 전년도 수능의 체감 난도는 높았다.
연계한 문제 중에서는 EBS교재 지문과 같은 작품이지만 전혀 다른 부분을 발췌해 활용한 문제, 연계한 지문과 연계하지 않은 지문이 복합적으로 제시된 문제, 지문은 활용하였으나 EBS교재에서 다루지 않은 개념을 추가 활용한 문제 등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정답률이 낮았다.
2011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32∼36번에 해당하는 지문을 보자. 이 지문은 그레고리력이 제정된 배경과 그 과정, 그레고리력의 특성에 대해 설명한다. 내용은 이렇다. 릴리우스는 교회의 요구에 따라 절기에 부합하는 역법을 창출하려 했다. 그는 율리우스력의 방식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되 항성년과 회귀년의 차이에 근거하는 그레고리력의 기초를 만들었다. 이러한 그레고리력은 종교적 필요를 떠나 절기에 잘 들어맞아 오늘날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지문 내용은 EBS ‘인터넷 수능 비문학’ 교재에 수록된 내용과 거의 유사하게 출제됐다. 수능에 출제된 지문이 EBS교재에 수록된 지문의 핵심 제재를 재구성한 것이었으며 33번의 경우에는 문제 유형과 <보기>에 제시된 자료의 아이디어도 유사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수능에 출제된 지문의 내용과 문제가 다소 까다로웠기 때문에 정답률이 매우 낮았다. EBS 연계 효과를 거의 못 본 문제에 해당하는 것.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새로운 내용을 더 끌어들이거나 표현 또는 전개 방식을 다르게 해 제시하는 경우 학생들이 어려워한다는 점을 보여준 문제다.
이처럼 언어 변화로 단어의 짜임새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를 다룬 언어 지문에서 출제된 문제(핵심 제재 활용)나 채권 가격 결정을 다룬 사회 지문(지문 재구성) 문제도 난도가 높았다. EBS교재에 수록된 작품을 출제했으나 다른 대목을 출제했거나, 연계하지 않은 지문을 출제한 고전시가와 수필 지문도 난도가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EBS교재의 지문이나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핵심 논지 △문제 활용을 동시 적용하는 등 두 가지 이상을 연계한 문제들은 정답률이 높았다. 2011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7번 문제는 EBS교재에 나온 고쳐 쓰기 문제에서 다룬 내용을 <보기>의 자료로 제시해 출제했다. EBS교재의 문제풀이를 통해 ‘리셋 증후군’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됐다면 <보기>의 자료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2012학년도 수능은 어떤 양상을 보일까? 문제를 지나치게 변형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출제해 수험생들이 연계율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영역별 만점자 0.7∼1% 수준으로 난이도를 유지할 예정이다. 연계된 문제를 출제할 때는 연계 효과가 비교적 높은 유형을 많이 출제하고 연계 효과가 낮았다고 판단되는 유형은 비중을 줄일 것이다. 연계를 적절히 해도 실수하기 쉬운 오답을 많이 배치하면 연계 효과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해 오답을 구성할 때도 난도를 고려해 출제할 것이다. 한마디로 난이도를 쉽게 하기 위해 ‘교재수를 줄여 범위를 좁히고 문제를 크게 변형하지 않고 출제한다’는 방향임을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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