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사람/‘표류 이겨낸 리더십’ 논문 낸 주희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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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위기극복 열쇠는 한배 탔다는 공동체 의식”

주희춘씨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의 ‘살신성인’ 리더십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생 주희춘 씨(43·강진신문 편집국장·사진)가 발표한 해상 표류사건 리더십 논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 씨의 논문은 조선시대 서남해안에서 벌어진 각종 표류사건을 다룬 ‘한국의 해양 표류사건에서 보이는 리더십의 중요성 연구’. 그는 “우리 사회는 표류와 비슷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표류상황에서 발현된 선조들의 리더십을 분석해 활용한다면 요즘의 위기를 풀 열쇠가 되리라는 시각에서 관심을 두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진 출신인 주 씨는 “다도해와 서남해안은 물길이 교차하고 계절풍의 변화도 심한 데다 생필품과 진상품 운반선이 많아 표류사건이 빈번했다”고 지리적 배경도 덧붙였다.

논문은 최부(崔簿·1454∼1504), 헨드릭 하멜(네덜란드 선원·1630∼1692), 장한철(張漢喆·1744∼?) 등 3명을 다뤘다. 조선조 관리 최부는 1488년 1월 제주도에 파견됐다 추자도 인근에서 태풍을 만나 15일 동안 표류하다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 부근에 도착해 목숨을 건지고 그 후 조선으로 돌아오는 과정까지를 적은 ‘표해록(漂海錄)’을 펴냈다.

장한철은 1770년 12월 제주에서 상인 17명 등 28명과 함께 소선을 타고 강진으로 오다 완도 청산도 부근에서 난파해 21명이 숨지는 비극을 당했다. 이들은 냉철한 상황 파악과 설득력, 조직원을 결집할 비전 제시, 적절한 동기 부여 등의 리더십을 통해 역경을 극복한 인물로 꼽힌다. 하멜은 제주도에 표류해 조선에서 13년 억류생활을 하면서도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가야 한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치밀한 준비와 결단 끝에 탈출에 성공한 리더십의 주인공이다.

주 씨는 “위기를 타개할 가장 기본적 조건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이라며 “카리스마와 낙관적 사고, 위기 해소를 위한 관리능력으로 조직원들을 결속시키는 것이 표류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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