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호킹’의 특별한 졸업축하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22시 13분


"형진아 졸업 축하해!"

28일 오후 6시경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 전신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입학 9년만에 졸업한 '연세대 호킹' 신형진 씨(28)를 축하해주려는 중고교, 대학 동창과 교회 사람들, 담임교사, 주치의 선생님 등 9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모임은 신 씨의 부모가 남들보다 배 이상 길었던 아들의 학창시절 동안 갖가지 도움을 줬던 주변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려고 마련한 자리다.

입구에서 나비 넥타이로 한껏 멋을 낸 형진 씨가 휠체어를 타고 누나, 여동생과 나란히 서서 손님을 맞았다.

하객들은 꽃다발을 건네며 한결같이 '고생했어' '축하한다'는 진심어린 축하의 말을 형진 씨와 부모에게 전했다.

활짝 웃음 짓던 형진 씨는 친구들에게 "주인공인 나보다 옷을 더 멋있게 입고 왔느냐"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형진 씨는 "누나와 여동생, 어머니, 아버지, 가족들에게 모두 감사드린다. 졸업해서 정말 기쁜데 한편으론 학교 갈 일이 없어서 서운하다"며 "앞으로 조금 쉬면서 건강도 챙기고 뭘 할지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형진 씨 어머니 이원옥 씨(65)는 손님들이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휠체어를 탄 형진 씨와 함께 테이블을 일일이 돌면서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이 씨는 "형진이가 기쁘게 졸업까지 할 수 있었던 데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머릿속으로 헤아려봐도 수백 명이 넘는데 정말 마음속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마워했다.

지인들은 오히려 형진 씨한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마워했다.

고3 때 형진 씨와 짝을 하며 친해졌다는 신승호 씨(28)는 "형진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문제를 보지도 않고 암산으로 풀고 역사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부분을 물으면 교과서 몇 쪽을 펴보라고 할 정도로 비상했다"고 떠올렸다.

신 씨는 "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형진이 덕분에 나까지 에너지를 얻었다. 형진이가 공부도 좋지만 이제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중학교 동창인 권준호 씨(28)도 "형진이는 언제나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친구였고 장애 때문에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그저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혼자 조금 다른 길을 가는 것뿐이니 그 길이 힘들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형진 씨의 고3 담임이었던 오명성 씨(52)는 "형진이 덕분에 반 전체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형진이가 먼지를 마시면 몸에 안 좋다는 말에 아이들이 다 같이 걸레를 빨아 매일 청소하곤 했다"고 떠올렸다.

아들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형진 씨 부모도 이날은 주인공이었다.

신 씨 어머니의 친구인 정영주 씨(65)는 "형진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고생을 많이 했다. 어려서부터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친구였는데 이렇게 형진이를 잘 졸업시킨 걸 보니 존경스럽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신 씨 어머니는 최근 아들의 졸업 기념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앞서 그는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는 아들의 주치의를 맡아 재활치료를 도와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강성웅 교수(51)가 근무하는 이 병원에 2006년부터 4억 원을 기부했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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