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 현장/‘사교육 없는 학교’ 전국 최우수 가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없다! 자리 지키기식 야자
있다! 특화된 방과후 수업

사교육 없는 학교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천 가좌고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인천 가좌고 제공
사교육 없는 학교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천 가좌고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인천 가좌고 제공
올해 인천 가좌고를 졸업한 이슬기 씨(19)의 어머니 이순환 씨(54)의 마음에는 늘 학교에 대한 고마움이 남아 있다. 가좌고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만든 ‘사교육 없는 학교’ 프로그램으로 딸이 대학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2학년 때부터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선택하면서 중국어의 매력에 푹 빠졌다. 방과후 프로그램인 ‘중국어 초급 급수시험반’에서 기초를 닦고 학습동아리인 중국어 회화반에서 실력을 쌓은 것은 결국 이 씨가 대학 전공을 중국어학과로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어머니 이 씨는 “가좌고가 2년간 사교육 없는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해 학교가 제공한 과학 논술 면접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월 수십만 원에 이르는 학원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좌고는 2009년 6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됐으며 독특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학교에는 일단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이뤄지는 야간 자율학습이 없다. 대신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다. 대부분 학생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해 수업을 받는다. 과학경시반, 수학 심화반, 수능영어 독해 특강반, 일본어 능력 시험반, 지구과학 등 40여 개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강의를 듣는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교장 명의로 된 이수증을 수여한다. 또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에게는 모범상을 주고 생활기록부에 올려 ‘입학사정관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학습동아리는 학생 수준에 맞게 운영한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멘터-멘티’ 역할을 맡아 학습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스스로 학습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 교사 1명과 5∼10명의 학생이 소규모 학습동아리를 구성해 방과 후나 주말 시간에 관심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가 학습동아리를 통해 자주 만나 진솔하게 학업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에게 신뢰와 배려심이 생긴 것도 큰 수확이다. 최근 학교 측이 조사한 결과 2009년 이 학교 학생 1인당 월 17만 원 정도 들던 사교육비는 2010년에는 월 4만 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달 17일에는 교과부 장관으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 우수상도 받았다. 황범주 교감은 “사교육 없는 학교는 곧 공교육이 정상인 학교라는 뜻”이라며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힘을 합쳐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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