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료비 - 요양병원 증가’ 건보재정 시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2020년 17조 적자 예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의원에 지급하는 급여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보장률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발간한 ‘2010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급여비는 33조7962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2.9% 늘어났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급여비 증가율은 13.93%였다.

급여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노인의료비의 급증이다. 전체 건강보험 가입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10.2%이지만 진료비(급여비+법정본인부담금)는 14조583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2.2%를 차지했다. 2003년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 진료비는 100% 이상 상승했으며 85세 이상 초고령층의 월평균 진료비는 2003년 6만5962원에서 지난해 28만9286원으로 4.4배 뛰었다.

요양병원이 늘어나는 것도 급여비 증가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요양병원의 급여비는 2009년 9790억 원에서 2010년 1조3102억 원으로 가파르게 올라갔다.

건보 재정이 위험하다는 경고도 빈번해지고 있다. 건보공단이 지난해 3월 발족한 건강보험선진화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건강보장선진화를 위한 미래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 재정 적자는 2015년 5조7924억 원, 2020년 17조2598억 원으로 늘어난다. 2030년에는 적자 규모가 49조565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는 재정 균형을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지금의 5.64%에서 2030년 12.68%로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내다봤다.

건보 재정 적자 예측치는 최근 보고서일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올 1월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예상 적자는 47조 원이었다. 지난해 11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보고서에서는 21조 원으로 예상됐다. 문창진 건강보장선진화위원장은 “노인 인구 증가 속도에 대한 예상치가 늘어나고 지출에 포함되는 진료의 종류와 병상 수가 늘어나 적자 폭이 예상치를 벗어난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여비가 급격하게 늘어 재정이 악화일로를 걷는 데 비해 보험 보장률은 2004년 62%에서 6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보장률은 80%를 넘었다. 전체 국민의료비 중 가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5.7%로 OECD 평균의 2배 수준이었다. 급여비는 늘지만 보장률은 나아지지 않고 가계부담은 더해지는 후진국형 구조인 셈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