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구걸행위를 하면서 수치심을 없애려고 마약류를 상습 복용한 30대와 그에게 무분별하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약사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009년 1월1일~지난해 8월25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의 병원과 약국 등을 돌며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3만여 정을 처방받아 상습적으로 과다 복용한 혐의(마약류관리법위반 등)로 이 모 씨(33)를 불구속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졸피뎀 용량이 하루 최대 2정인 점을 고려하면 3만정은 한 명이 41년간 복용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환각 증세가 떨어질 때마다 처방받은 졸피뎀을 종합감기물약과 함께 5,6차례 복용하는 방법으로 하루 70정~120정을 복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마약류 과다 복용에 따른 중독 증세로 응급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또 이 씨에게 과량 처방하거나 같은 처방전을 다른 병원에서 중복해 받은 것을 알면서도 투약 처방ㆍ조제를 한 혐의로 김 모 씨(42) 등 의사 55명과 약사 13명 등 68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조사 결과 한 의사는 한꺼번에 600정을 처방하는 과정에서 "치사량이다. 원장이 알면 질책을 들을 수 있으니 일반(비급여)으로 가져가라"고 권유했고 다른 한 의사는 이 씨 친누나 명의로 다량을 처방해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에 적발된 의사 대부분은 "치료 목적으로 처방했다"고 관련 혐의를 부인하거나 "이 씨 몸에서 냄새가 나 병원의 다른 손님에 방해가 됐다. 손님이 밀려 어쩔 수 없이 처방해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앵벌이 한 돈으로 마약류를 구입한 것으로 보고 수도권 전철 등지에서 이 씨와 같이 환각상태의 구걸 행위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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