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고양시 ‘불법 현수막’ 철거 않는 논리 황당

3일 오후 경기 고양시가 서울시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면서 덕양구 행신동에 내건 현수막. 바로 뒤에는 합법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게시대가 설치돼 있지만 고양시는 이를 무시하고 주요 지점마다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 고양시가 시내 곳곳에 ‘서울시 ×은 서울시가 치워라’ ‘95만 대화요구 묵살하는 서울시장 각성하라’ 등 서울시를 향한 불법 현수막을 내걸고 있습니다.

▶본보 2월 24일자 A16면 참조
A16면 “서울시 ×은 서울시가 치워라”… 고양시 불법…

그런데 고양시는 동아일보가 지난달 24일자로 불법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음에도 자신들이 내건 현수막은 합법이라며 철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옥외광고물법과 고양시 조례 등에 따르면 현수막은 시장 허가를 받아 지정된 게시대에 걸어야 합니다. 아무 곳에나 나부끼는 현수막이 도시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고양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강력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양시는 자신들의 현수막은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고양시가 보기에는 합법일지 몰라도 주민들이 보기에는 거리 미관을 해치는 여느 불법 현수막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고양시 논리대로라면 누군가 ‘나라를 사랑하자’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어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됩니다. 서울시에 난지하수처리장 악취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현수막을 서울시청 앞이 아닌 고양시 일대에 내거는 이유가 뭔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고양시 말대로 합법 현수막이라면 서울시 일대에도 한번 내걸어 보면 어떨까요.

이런 행태는 민주당 소속 최성 고양시장이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정치적인 ‘노이즈 마케팅’에 나선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일입니다. 최 시장은 4년 동안 난지하수처리장 주변을 포함한 고양시 덕양을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이 기간에 난지하수처리장의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나 다른 기관과 협의를 하거나 자성을 촉구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자유로를 달리다 보면 난지하수처리장 주변 악취가 극심합니다. 서울시도 서울시내 하수처리장 시설을 먼저 개선하고, 고양시에 있는 난지하수처리장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개선하고 고쳐야 할 점이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도적으로 불법 현수막을 내걸며 도시미관을 해쳐야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악취뿐 아니라 흉물 현수막도 도시 미관을 해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수막은 걷어낸 뒤 제대로 악취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기대합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