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마약 환각상태서 얼떨결에 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깨어난 뒤엔 “왜 경찰서에 있나” 후회… 전과 8범 구속

‘내가 왜 그랬을까….’

지난달 28일 오전 6시 반경 술에 취한 듯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한 30대 남성이 서울 성북경찰서 안암지구대에 들어왔다. 언뜻 보기엔 단순한 취객이었지만 곧바로 경찰서 강력팀이 출동할 정도로 ‘판’이 커졌다. 지구대에 들어온 오모 씨(34·무직)가 “저, 히로뽕 주사를 맞았습니다”라고 말하며 마약 복용 사실을 털어놨기 때문.

경찰 조사 결과 오 씨는 마약 복용 혐의로 이미 전과가 8건이나 있는 상습 마약사범이었다. 최근에도 마약 투약으로 14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냈으며 지난달 22일 출소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출소하자마자 구치소 앞에서 과거의 마약 공급책을 만나 히로뽕 1g(80만 원 상당)을 건네받아 서울 강북구와 경기 용인시 인근의 모텔에서 투약을 해왔다.

이날 지구대에 들어서 ‘황당 자수’를 한 것도 히로뽕에 취해 얼떨결에 저지른 것. 하지만 약 기운이 떨어진 뒤 오 씨는 이를 후회했다. 그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느냐”며 경찰관을 상대로 화를 내기까지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 씨가 처음 들어왔을 때 거의 인사불성일 정도로 환각상태에 빠져 있었다”며 “‘자수 아닌 자수’를 한 오 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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