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집배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남동경찰서는 6일 피살 현장인 남동구 구월동 L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연령을 추정할 수 없는 남자 1명이 사건 당일 집배원을 2시간 이상 미행한 사실을 확인하고 전담수사반을 구성해 범인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우체국 집배원 김모 씨(32·사진)가 피살된 2일 우편물을 배달했던 이 아파트 단지 6개동에 설치된 CCTV 10여 대를 확인한 결과 4대에서 김 씨를 2시간여 동안 따라다닌 남자 1명을 발견했다. 170cm 정도의 키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해 연령 추정이 어려운 이 남자는 검은색 등산복을 입고 빨간색 상자를 들고 있었다. 또 김 씨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있거나 2, 3분 간격을 두고 같은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모습도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일 오후 2시 42∼43분경 숨진 채 발견된 아파트의 12, 16층에 잇따라 내렸다. 이 남자는 앞서 오후 2시 39분 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에서 내린 뒤 오후 3시 24분 아파트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남자가 아파트에 남겼을 지문이나 족적 등을 찾고 있다. 또 김 씨가 금전관계나 원한에 의해 살해됐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씨는 피살 다음 날인 3일 오전 7시 45분경 L아파트 16층과 17층 사이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당시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대리석 계단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으며 오른손에 끼던 목장갑을 입에 물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메모지에는 이 아파트 동 4자릿수 가운데 앞 3자리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날 김 씨가 누군가와 싸우거나 격렬하게 저항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 등으로 미뤄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은 격무에 시달리던 김 씨가 우편물을 빨리 배달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하다가 발을 헛디뎌 숨진 것으로 추측 보도했고 4일 인천에 마련된 김 씨의 빈소에는 여야 정치인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의 복무 여건을 개선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집배원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찰이 김 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면서 수사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부검을 실시한 연구원이 “김 씨가 머리에 둔기를 수차례 맞아 과다출혈로 숨진 타살 사건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유족에게 지급하는 장례비용 360만 원과 퇴직급여 567만 원, 단체보장보험 보상금 1억 원 등 총 1억927만 원은 타살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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