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 100일]환경오염 방지 남은 과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기온 5도 오를때마다 단계별 대응책 필요”

구제역이 발생한 지 100일이 다 되도록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가축 매몰지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오염 재앙에 대한 대책은 딱히 나온 게 없다. 앞으로 침출수에 따른 피해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예측조차 힘든 상황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장기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 환경오염을 예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 되는 따뜻한 날씨로 매몰된 가축들의 부패가 활발해져 환경오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매몰지 내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 양이 정점을 이루는 향후 6개월간 전국 매몰지 주변을 배수로와 비닐덮개 등으로 최대한 보강하고 계속 침출수를 빼내 분뇨나 하수처리장에 보내는 등 현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임순 광운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여름철까지 기온이 5도씩 올라갈 때마다 가중될 각종 환경문제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규완 경상대 수의학과 교수는 “무조건 매몰하는 도살처분 방식을 다각화해 환경오염의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1년 구제역으로 가축 620만 마리를 도살한 영국은 이후 방역제도를 대폭 개선해 감염 가축의 위험도에 따라 소각, 매몰 등 도살처분 방식을 달리 적용했다. 환경부 안문수 상하수도정책관도 “동물 전용 위생매립지나 소각장을 마련하고 동물 사체를 위생적으로 처리시설로 이동시킬 수 있는 밀폐형 운반트럭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몰지에 대한 환경 안전성 검증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매몰 후 3년이 지나면 다른 용도로 토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토양 특성 등 지역마다 환경이 다르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3년 정도만 지나도 땅의 자정능력으로 오염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반면 일부 지역은 사체가 남아 있어 병원성 세균 등에서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군택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교수는 “문제가 없으면 해당 매몰지를 다시 재활용하고 문제가 있으면 사체를 발굴해 소각하면 된다”며 “이를 정할 기준을 제시해야 환경오염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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