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이화여고 3학년 김유리 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나는 ‘슬로 스타터’··· “포기 모르는 노력으로 빛을 발했어요”

서울 이화여고 3학년 김유리 양은 “국제행사를 진행하는 국제회의 기획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서울 이화여고 3학년 김유리 양은 “국제행사를 진행하는 국제회의 기획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직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었다. 서울 이화여고 3학년 김유리 양(17)은 유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성적표를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모두 3등급. 다시 한 번 살펴봐도 ‘3’이란 숫자만 눈에 들어왔다. 충격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전교 1, 2등을 도맡았던 그였기에. 곧이어 1학기 중간고사에서는 평균 89점으로 전교 459명 중 11등을 차지한 김 양. 기가 죽어있는 딸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프로야구선수 박찬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박 선수는 매년 시범경기나 시즌 초반에는 출발이 시원치 않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는 이른바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라면서.》
아버지는 “박찬호 선수는 초반에 실점을 해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던져 결국 경기를 승리로 이끈다”면서 “지금 성적이 떨어진 것을 성공의 바탕으로 삼으라”고 말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니까….’ 스스로를 위안했다. 김 양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오후 6∼8시 수리영역 기출문제 풀기’ ‘오후 8∼10시 외국어영역 지문에 나온 영어단어 외우기’ 같은 계획도 세웠다.

김 양은 같은 해 9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언·수·외 과목 각 2, 3, 2등급, 11월에는 각 2, 4, 3등급을 받았다.

“11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표가 나오자 9월에 전 과목 1등급을 받았던 친구가 몇 과목에서 2등급이 나왔다며 아쉬워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평균 3등급이 나온 저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김 양의 모습을 지켜보던 언니는 오지 여행가인 한비야 씨가 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선물해주었다. 책을 읽던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었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니까.’

“성적표를 보고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기는커녕 그저 남들과 비교하며 자책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김 양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겨울방학이 되자 오전 9시면 학교로 가 오후 9시까지 자율학습을 했다. 언·수·외 공부 시간을 ‘1 대 3 대 2’ 비율로 배분했다. 4등급까지 떨어진 수리영역 점수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수학문제집에 단원별로 나온 개념을 익힌 뒤 관련된 문제를 찾아 풀었다. 맞힌 문제도, 틀린 문제도 이후 매주 한 번씩 총 3주간 반복해 풀어보았다. 틀린 문제는 제대로 된 풀이법을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맞힌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기 위해서였다. 이런 방식으로 1학년 겨울방학 동안 ‘수학의 정석’ 상·하권을 모두 끝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고2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언·수·외 과목을 각 2, 1, 2등급으로 끌어올린 것. 이후 친구들은 ‘4등급이던 수리영역 점수를 1등급으로 올릴 수 있었던 비책’을 물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양의 수리영역 성적이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같은 해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3등급으로 떨어졌다. 경우의 수를 이용해 풀어야 했던 문제에서 막히다 보니 나머지 4, 5문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학선생님은 “몰라서 틀렸다기보다는 시간 배분을 잘 못해 그런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문제를 풀 때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면서 푸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해주었다. 김 양은 2점짜리 문제는 ‘30초’, 4점짜리 문제는 ‘5분’ 식으로 시간을 정해 푸는 연습을 했다.

노력은 11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빛을 발했다. 언·수·외 과목에서 각 1, 1, 2등급을 받은 것. 전교 451명 중 10등 안에 드는 성적이었다.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평균 93점으로 전교 5등에 올랐다.

김 양은 1, 2학년 시절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불가리아 대사관과 함께했던 글로벌 미팅 행사를 직접 진행하면서 ‘국제회의 기획자’라는 직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국제회의를 기획하려면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해요. 앞으로 더 발전해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같은 큰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어요.”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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