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A여고 1학년이 된 신모 양(16·서울 종로구). 2일 오전 입학식에 참가하기 위해 학교 대강당에 들어섰다. 순간, 신 양의 입에선 “헉!”이란 탄식이 흘렀다.
“여자들만 너무 많아서 놀랐어요. 남녀공학인 중학교를 나왔거든요. 학기 첫날이면 같은 반에 ‘킹카’가 있는지 찾아보곤 했던 과거와 달리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여고생들 뒷모습만 보고 있자니 영 어색한 거 있죠?”(신 양)
중학시절을 남녀공학에서 보내고 남고 혹은 여고에 입학한 신입생들. 교사를 제외하면 이성(異性)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생소하다. 알고 보면 남고·여고 생활은 남녀공학 때와는 사뭇 다르다. 몇 가지만 나열하자면? 우선 편하다. 때론 좀 더럽다. 비교적 많이 먹는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점잖은 척하던 공학 생활은 이젠 ‘안녕’이다.
학기 초. 아직 공학 때 습관이 남아있는 일부 학생들은 동성만 모인 환경에 이미 익숙한 남중, 여중 출신 학생들의 대담무쌍한 행동에 화들짝 놀라기 십상. 앞으로 이들이 마주치게 될 새로운 장면들은 어떤 모습일까. 공학 출신으로 고교에 진학해 완벽한 ‘남고인’, ‘여고인’으로 거듭난 선배들의 증언을 통해 학기 초 현장 적응력을 높여보자.
서울의 한 여고 2학년 송모 양(17)은 지난해 이맘때 연일 소소한 충격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여학생들이 급식 두 번 먹는 거 그때 처음 봤어요.”
어떻게 그들은 점심시간동안 급식을 두 번 먹을 수 있었을까. 일단 점심시간 종이 치기 무섭게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1차 식사를 한다. 입가심을 한 직후 줄을 서서 또 먹는다. 중학교 땐 여학생들의 이런 모습을 상상도 못했다. 물론 공학 시절에도 쉬는 시간이면 라면을 부셔 먹는다던지 고구마나 빵을 입에 달곤 했다. 하지만 일부 여고생은 먹는 스케일부터 달랐다. 1년이 지나 송 양의 몸무게는 7kg 증가했다.
여름이 되면 머리 감기는 기본, 땀에 젖은 교복 셔츠 빨기는 ‘옵션’이다. 다음은 경기 B여고 전모 양(17)의 설명.
“날씨가 더워지니까 여중 출신 친구들을 필두로 하나둘씩 양말을 벗더라고요. 비가 오면 젖은 양말을 빨아서 사물함에 널어요. 처음엔 ‘쟤네 왜 저러나’ 싶었어요. 막상 제 양말이 젖으니 동참하게 되더라고요. 하교하기 전 다시 신을 때의 그 뽀송함! 공학 다닐 땐 경험해보지 못했죠.”
남고는 어떨까. 경북의 C남고 2학년 이모 군(16)은 “남고에 오면 작은 일에 예민해지는 친구들이 있다”며 웃었다. 공학시절 여학생들 앞에서 쿨한 척하느라 그냥 넘겼던 일들도 남고에선 목숨 걸게 된다는 것.
점심시간이 대표적인 예. 미트볼, 새우튀김 같이 인기 반찬이 나오는 날이면 한두 개라도 더 받기 위한 학생들과 급식당번인 학생 사이에 언쟁이 벌어진다. 급식 줄을 설 때도 “네가 새치기 했잖아” “내 발이 먼저 들어왔거든!”이라며 소소한 말다툼이 오간다.
대범해질 때도 있다. 공학시절 대변이 마려우면 여학생에게 들킬까봐 주위를 살핀 뒤 몰래 화장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남고에선 “형님 큰일 좀 봐야겠다. 휴지 있냐?”면서 대놓고 물어본다.
이 군은 “물론 남고에선 외모에 신경을 덜 써서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면서 “처음엔 적응하기 어렵더라도 동성만 있는 세계에서 친구들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즐기면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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