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8일 부산 울산 경남을 묶어 ‘동남권 특별 자치도(自治道)’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국제화 시대 경쟁력 강화와 상생발전 및 공동번영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부산시와 울산시 반응은 시큰둥하다. 사전 협의가 없었던 데다 실현 가능성도 낮게 보는 까닭이다. ○ “신동남권 시대 열자”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8일 도청회의실에서 열린 ‘동남권 화합과 공동번영을 위한 동남권 발전계획 보고회’에서 “동남권 위기를 새로운 발전 기회로 승화시키기 위해 같은 뿌리였던 3개 시도 행정과 경제, 생활권을 묶어 새로운 자치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치도는 기존 광역단체 권한에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자치입법권과 자치경찰권까지 갖는 지방정부 형태라고 설명했다. 기초단체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제주특별자치도와 달리 기존 민선단체장 체제를 유지하고 국가특별지방행정기관 권한을 자치도에 이양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동남권 신공항을 밀양에 건설하되 광역 교통망 구축을 위해 창원∼울산 고속도로 및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함양∼울산 고속도로는 조기 완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과 통영을 연결하는 크루즈와 한류 관광상품 개발, 동남권 풍력부품 클러스터 조성과 수송용 연료전지산업 육성, 태양광 클러스터 조성, 동남권 원자력벨트 조성도 제안했다.
남강댐 물 부산 공급 논란을 끝내기 위해 낙동강 주변에 대규모 인공습지를 조성해 경남 일부 지역은 물론이고 부산과 울산에 식수를 하루 107만 t씩 공급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우정수(友情水)’로 이름 지은 이 식수 개발사업은 3년 정도 시험을 거칠 예정. 경남도는 이번 제안을 협의하기 위해 ‘부울경 발전협의회’를 다음 달 열고 5월 중 가칭 ‘경제 시민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들어 공동 번영을 위한 정책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 ‘산 넘어 산’ 지적
2009년 1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이번 내용과 비슷한 ‘동남권 대통합추진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을 때도 부산시와 울산시는 동의하지 않았다. ‘정치적 발언’ ‘(통합은) 어려운 과제’라고 평가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날 “특별자치도 제안이 3개 시도 간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행정구역 개편으로 이어지려면 정부, 정치권 등과 깊이 논의해야 될 사안”이라고 정리했다. 3개 시도 통합을 포함한 행정구역 개편은 동남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데다 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와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부산시도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웬 뜬금없는 소리냐”는 반응이었다.
일부에서는 “광역단체 통합과 자치권 강화가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경남도가 일방적으로 제안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김 지사가 내년 대선을 겨냥해 정치적인 행보를 시작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경남이 먼저 발표했지만) 행정뿐 아니라 경제계, 시민 사회단체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부산시와 울산시의 상생발전 구상을 모아 잘 협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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