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9개업체 법정관리인-감사에 광주일고 출신 선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알짜 관리기업은 일조회 몫” 광주법조계 소문 사실로

최근 1년 사이에 광주전남지역 알짜 법정관리기업의 관리인이나 관리인 대리, 감사 자리에 광주일고 출신 인사가 대거 진출했다는 풍문이 사실로 판명됐다. 이 시기는 ‘법정관리기업 인사 파문’을 일으킨 선재성 수석부장판사(49)가 광주지법 파산부 수장으로 있던 시절. 선 부장판사는 광주일고 출신으로 동문을 대거 지역 법정관리기업 관리인 등으로 보내 지역 사회에서 ‘광주일고 싹쓸이론’을 일으키기도 했다.

○ 알짜기업은 광주일고 몫


광주전남지역의 대표적인 건설업체인 K기업은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K기업은 2009년 시공능력 평가액이 6994억 원으로 전국 50위, 광주 3위의 중견기업이었다. 선 판사는 광주일고 4년 선배인 K기업 대표이사가 도움을 요청하자 “회생사건을 잘 처리할 변호사를 법률고문으로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대표이사는 고교 후배인 김모 변호사와 법률 고문 계약을 맺었다. 선 부장판사는 관리인이 동의하자 곧바로 김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9244억 원, 매출액 8463억 원을 기록한 N건설과 계열사인 또 다른 N건설도 같은 달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기업회생절차를 밟았다. 사내 변호사가 법정관리 신청 직후 사직해 관리인 대리가 필요하자 선 부장판사는 광주일고 1년 선배인 양모 변호사를 관리인 대리로 선임했다.

지역 중견 업체의 감사와 관리인 대리로 광주일고 출신들이 선임되자 지역 법조계에선 특정고 출신들이 굵직굵직한 법정관리 기업을 싹쓸이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광주일고 출신 법조인 모임인 ‘일조회(一曹會)’가 전횡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선 부장판사가 있었다. 선 부장판사가 기업회생의 칼자루를 휘두르는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한 지 3개월이 채 안 된 때였다.

올해 1월 말 현재 광주지법 파산부가 맡고 있는 법정관리회사는 모두 76개. 이 가운데 광주일고 출신이 법정관리인과 관리인 대리, 감사로 선임된 회사는 19개였다. 19개 가운데 5개는 자산규모가 1000억 원이 넘는 알짜기업이었다.

그중 하나인 S건설과 2개 계열사 등 3개 기업의 감사는 선 부장판사의 고교 동기동창인 강모 변호사(50)가 맡았다. 강 변호사는 선 부장판사가 파산부를 맡은 이후 수임건수가 크게 늘었다. Y중공업이나 D페이퍼텍 관리인 2명도 선 부장판사의 동문 선배들로 채워졌다.

○ “선부장 덕 본다” vs “마녀 사냥”


선 부장판사의 고교 동문 가운데 5명은 법정관리기업 2, 3개를 함께 맡기도 했다. 선 부장판사의 6년 선배인 박모 씨는 3개 기업의 감사와 관리인을 맡았다. 10년 선배인 신모 씨는 2개 기업의 감사에 선임됐다. 광주지역의 한 변호사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주일고 출신들이 선 부장판사 덕을 많이 본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시선에 대해 광주일고 출신 법정관리인이나 감사 등은 ‘마녀 사냥’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선 부장판사와 동문인 한 변호사는 “최근 10년간 수석부장판사의 70% 정도가 동문일 정도로 광주일고 출신 법조인이 많다”며 “법조계뿐 아니라 금융권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받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광주일고 출신 관리인은 “법정관리인이나 감사 선임 논란은 2008년 대구지법이나 지난해 부산지법과 창원지법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의 한 변호사는 “법정관리인 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발해 파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