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외국인 노동자 응우옌후 또안 씨(왼쪽)가 아내의 출산 덕분에 강제 출국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인(오른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0일 오후 7시경 광주 광산구 신가동의 한 주택. 베트남 출신 외국인 노동자 응우옌후또안 씨(29)가 만삭인 부인 응우옌티히엔 씨(24)를 이틀 만에 다시 만났다. 남편은 어설픈 한국말로 “아내의 출산을 지켜볼 수 있게 돼 정말 좋다”며 맑게 웃는 얼굴로 부인의 손을 꼭 잡았다. 부인은 “남편이 강제 출국되면 혼자 애를 낳을 상황이어서 너무 불안했는데 이제 남편이 옆에 있어 용기가 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 응우옌 씨는 불법체류자 단속에 적발돼 22일까지 강제 출국 조치될 예정이었다. 그의 강제 출국이 이례적으로 3개월 미뤄진 것은 불법체류자인 부인이 23일경 출산을 할 상황이기 때문.
베트남 하이즈엉 시에서 페인트공으로 일했던 응우옌 씨는 2006년 10월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광주 하남산업단지에서 용접공 등으로 일하다 급여를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일자리를 옮겨 불법체류자가 됐다.
그는 2008년 12월 고향 친구의 소개로 베트남 하떠이에서 온 부인을 만났다. 부인도 비슷한 시기에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와 하남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1년 넘게 사귀다 지난해 결혼했다. 부부는 불법체류자라는 불안한 신분에도 돈을 모아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으로 착실하게 월급을 저축해 고향에 집도 샀다. 아이는 베트남으로 돌아가 가질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뜻하지 않은 임신 사실을 알고 아이를 낳은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응우옌 씨는 부인의 출산이 2주밖에 남지 않았던 8일 단속에 적발돼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에 갇혔다. 부인은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를 통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출산할 때까지만이라도 남편을 풀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남편이 강제 출국당해도 만삭의 몸으로 비행기를 탈 수 없어 남편과 함께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였다.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는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도적인 차원에서 강제 출국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부의 사연을 알게 된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천영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소장이 응우옌 씨의 신원보증을 섰고 베트남인 동료들이 공탁금 300만 원을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딱한 사연을 접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도 응우옌 씨가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왔다. 응우옌 씨는 “비록 불법체류자이지만 주변의 배려로 아내의 출산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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