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배웠던 수많은 수학 개념과 공식들. 그 많은 학습 내용 중에서도 ‘인수분해 공식’이나 ‘피타고라스 정리’ 같은 내용은 유독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처음 배웠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시 수학 선생님은 공식에 이르는 과정이나 수학적 원리를 학생들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학생들을 한 명씩 칠판 앞에 세워놓고 공식을 설명해 보게 했던 것.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학습 내용을 온전히 체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이젠 오히려 그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새 학기마다 신문에 등장하는 공부의 달인에 관한 기사를 보면 이들 대부분이 자신만의 효과적인 학습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은 스스로 자신에게 꼭 맞는 학습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중에서도 수학은 적잖은 학생과 학부모의 골칫거리 과목이다.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점점 재미없어하고 어려워한다는 학부모의 하소연이 많다. 이 글에선 새 학년을 맞은 초등생의 효과적인 수학학습을 위한 3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그동안 수학 교육을 담당하며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상담했던 내용들을 종합한 것이다.
[1] 지면 중심이 아닌 ‘입체적 수학’ 학습법으로 전환하라
개정교과과정에서 강조하는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은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법으로는 성취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학생들이 문제풀이만으로 수학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개정 교과과정에선 정답이 아닌 문제 해결과정을 중시하는 서술형 평가를 확대했다.
이재민 시매쓰 수학연구소 자문위원공부 방식도 이에 따라 바꾸는 게 좋다. 문제를 풀고 답을 맞히는 지면 중심 학습법에서 벗어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주어진 조건을 문제 해결과정에 알맞게 적용했는지를 전반적으로 고려한 과정 중심의 입체적 학습법을 시도해야 한다. 입체적 학습법이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풀이 외에 다양한 학습 방법을 시도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틀린 문제가 있을 때 오답노트를 활용해 문제 유형을 익히는 한편, 오답에 이르게 된 과정을 직접 말로 설명해 보는 공부도 필요하다. 서술형 노트 작성도 효과적이다. 단원의 주요 개념을 스스로 정리해 써 보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 또는 고학년 중에서 기초학습이 필요한 아이에겐 교구를 이용한 수학적 활동, 발표 등으로 수학 학습에 접근하게끔 하면 좋다.
[2]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간접적인 질문을 던져라
적잖은 아이들이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혼자 힘으로 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부모에게 달려가 묻곤 한다. 하지만 이때 문제 풀이요령을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당 문제에 국한된 풀이를 듣고 문제를 푸는 습관이 든 아이라면 문제 유형이 조금만 달라져도 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 스스로 문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한 뒤 수학적 조건들을 해석하고 단계적인 해결 방안을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는 아이가 질문을 할 때 정답과 풀이요령을 제시해 주기보다는 “문제가 구하려고 하는 건 무엇일까?” “여기서 어떤 조건이 주어졌지?” 같은 간접적인 질문을 던져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내가 스스로 생각해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3] 선행학습 이전에 자기 학년 심화수준 문제까지 풀게 하라
실제 있었던 일이다. 초등 6학년 과정까지 수학 선행학습을 마친 5학년 A 군에게 사고력을 요하는 4학년 문제를 풀도록 시켰다. 결과는? A 군의 성적은 50점에 불과했다.
요즘에는 초등 저학년부터 지속적으로 선행 학습을 진행하고, 아이의 수학 실력이 선행한 학년 수준에 준할 거라 믿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속도 중심의 선행학습보다는 현재 학년에서 배우는 학습 내용의 심화 문제까지 풀 수 있는지부터 우선 점검해야 한다.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강조하는 새로운 평가방식에선 개념에 대한 정확하고 완전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수학 교과과정의 수준이 높아지는 초등 5, 6학년 때는 반드시 자기 학년의 부족한 부분을 재차 확인하며 학습해야 한다. 그래야만 선행학습을 진행할 때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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