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부산 경혜여고 2학년 은지영 양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부산 경혜여고 2학년 은지영 양은 수업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교실 앞자리에 앉는 등의 노력 끝에 전교 192등까지 떨어진 성적을 48등으로 끌어올렸다.
부산 경혜여고 2학년 은지영 양은 수업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교실 앞자리에 앉는 등의 노력 끝에 전교 192등까지 떨어진 성적을 48등으로 끌어올렸다.
《부산 경혜여고 2학년인 은지영 양(17)은 고교 입학 직후만 해도 ‘잠만보’란 별명으로 불렸다. 그만큼 은 양은 수업시간만 되면 잠을 자기 일쑤였다. 1교시 중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3교시가 끝날 무렵이었을 때도 있었으니…. 학교에서만 하루 3∼4시간을 자다보니 수업을 제대로 들었을 리 만무했다. 그럼 은 양은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처럼 잠이 많았을까? 사실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입학 직전 찾아간 한 사설학원에서 ‘고등학생이 되면 수능에 올인(다걸기)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지레 겁을 먹었어요. 그때부터 매일 새벽 2시까지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거나 수능에 나온 영어단어를 외우다 보니 학교에선 잠이 부족했던 거죠.”

수업시간을 ‘꿈’ 속에서 보내다보니 내신 성적이 좋을 리 있을까. 1학기 중간고사 국어, 영어, 수학성적은 평균 62.6점. 전교 340명 중 123등이었다. 상위권을 노렸던 은 양으로선 실망스런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괜찮아. 나에게는 수능이 있잖아!’

하지만 고1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각각 4, 5, 2등급을 받고 말았다. 기본개념과 원리를 알지 못한 채 매일 새벽까지 문제만 반복해 풀었던 탓. 변형된 유형으로 출제되면 속수무책이었다.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더 떨어졌다. 국어 영어 수학 평균성적은 339명 중 136등.

‘난 애초부터 중위권인가?’ 의기소침해 있던 은 양은 1학기가 끝날 무렵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됐다. 고교 입학 시 치른 반 배치고사에서 은 양은 ‘전교 40등’이었다는 것. 선생님이 언뜻 보여준 배치고사 성적표에 눈길을 줬던 은 양은 화들짝 놀랐다. 1학기 내내 내신과 모의고사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온 반 친구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보다 한참 밑 등수에 적혀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수능과 내신은 별개’라고 생각하며 학교 수업시간에 잠만 잤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어요.”(은 양)

은 양은 학교에서 졸지 않으려고 매일 밤 취침시간을 오후 12시 반으로 앞당겼다. 수업시간에 잠이라도 올라치면 곧장 교실 뒤편으로 걸어 나가 선 채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 제작된 ‘키 높이 책상’ 앞에 섰다. 이러다 보니 학교에서 자는 시간이 하루 30분∼1시간 줄었다. 하지만 습관의 힘은 무서웠다. 한두 주가 지나자 ‘관성’에 따라 다시 책상에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2학기 중간고사 국어 영어 수학성적은 전교 340명 중 192등. ‘이젠 더 이상 내려갈 데도 없다’라고 생각했던 은 양으로선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들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담임선생님은 은 양에게 “12월 열리는 전교 부회장 선거에 출마해 보라”고 제안했다. 전교 부회장에 출마하려면 리더십, 사회성이 필요할 뿐 아니라 성적도 상위 50% 안에 들어야 했다.

도전이 시작됐다. 우선 수업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교탁 앞의 자리를 ‘사수’했다.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하다가 설혹 뒷자리의 주인으로 뽑히면, 앞자리 친구를 찾아가 부탁해 앞자리로 옮기기도 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은 빨간색 펜으로 필기했다. 같은 과목을 다른 선생님에게 배우는 옆 반 친구를 찾아가 교과서를 빌리기도 했다. 자신의 교과서에 필기되지 않은 내용은 초록색 펜으로 옮겨 적었다. 시험 3주를 앞두고는 ‘오후 7시 10분∼8시 영어교과서 7단원 지문 옮겨 적기’ ‘오후 8시 10분∼9시 무리함수 단원문제 다섯 장 풀기’ 같은 구체계획을 세웠다. 공부할 때면 듣던 ‘아이 빌롱 투 유(I belong to you)’, ‘베이비(Baby)’ 같은 팝송과도 결별했다.

고1 2학기 기말고사. 은 양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국어 영어 수학 평균 71.6점으로 전교 333명 중 48등에 오른 것. 학교 임원선거에 나갈 조건을 갖추게 된 은 양은 전교 부회장에 출마해 당당히 당선됐다. 9개월 만에 잠만보에서 부회장으로 ‘욱일승천’하는 순간이었다.

은 양은 교내 영어동아리인 ‘글로벌 리더’에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

“어느 날 미국인 선생님은 ‘한국에서는 싸움이란 뜻을 가진 단어 파이팅(FIGHTING)을 왜 응원할 때 외치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이 말을 들으니 같은 단어라도 문화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다양한 곳에서 온 외국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전문 호텔리어가 되고 싶어요.”(은 양)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