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버려진 나무들이 복지시설 녹색 쉼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 경기농림재단 ‘나무은행’

부실도 없고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질 걱정도 없는 은행이 있다. 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금고 문을 활짝 열 정도로 문턱이 낮은 착한 은행이다. 바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농림진흥재단(농림재단)이 운영 중인 ‘나무은행’이다.

○ 버려진 나무로 새로운 숲 조성

경기농림진흥재단은 각종 공사 때문에 베어질 위기에 처한 나무들을 옮겨 ‘나무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다시 학교나 복지시설 등에 분양된다. 광주나무은행을 가리키는 푯말(작은 사진)과 이곳에 나무를 이식하는 모습. 경기농림진흥재단 제공
경기농림진흥재단은 각종 공사 때문에 베어질 위기에 처한 나무들을 옮겨 ‘나무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다시 학교나 복지시설 등에 분양된다. 광주나무은행을 가리키는 푯말(작은 사진)과 이곳에 나무를 이식하는 모습. 경기농림진흥재단 제공
경기도 첫 나무은행인 광주나무은행은 광주시 도척면 궁평리 3만8828m²(약 1만1700평)의 땅에 조성됐다. 2005년 만들어진 광주나무은행에는 현재 72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지난해에는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 3만8025m²(약 1만1500평) 규모의 파주나무은행이 새로 조성됐다. 현재 이곳에서는 5000여 그루의 나무를 보호 및 관리 중이다.

현재 나무은행 2곳에서 보호 및 관리 중인 나무는 느티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등 38종 1만2000여 그루. 모두 택지개발이나 도로 개설, 재건축, 가로수 정비 등 각종 공사 현장에서 옮겨온 나무들이다. 보통 지방자치단체나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나무 기증 의사를 밝히면 농림재단 직원들이 현장 실사에 나선다.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판정이 내려진 나무들을 나무은행으로 이식해 관리한다. 전기톱과 굴착기 삽날에 쓰러져 삶을 마감할 뻔했던 나무들이 살아남아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는 셈이다.

물론 모든 나무가 은행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100여 건, 5만1000여 그루에 대한 기증 신청이 있었지만 실제 나무은행으로 이식된 것은 절반에 못 미치는 47건 2만1000여 그루에 불과하다. 나중에 분양할 때 어느 정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학교나 복지시설에서 인기

나무은행에서 2, 3년 동안 보호를 받으며 자란 나무들은 다시 일반에 분양된다.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지자체 등 공공기관, 학교, 사회복지시설 등이다. 개인은 분양받은 나무를 재판매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한된다. 그만큼 분양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나무은행의 분양 가격은 조달청 고시가격과 비교할 때 적게는 10%, 많아도 30% 수준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철쭉 한 그루의 경우 보통 조달청 고시가격은 4700원 안팎이지만 나무은행에서는 47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다만 분양 과정에서 필요한 운반 비용 등은 인수자가 부담해야 한다.

주로 학교나 사회복지시설의 분양 신청이 많다. 학교 숲 조성 사업에 활용돼 학생들을 위한 녹색 쉼터 역할을 한다. 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산책로 및 정원에 심어져 정서치료 및 재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팔당호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된 광주시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에는 나무은행에서 분양된 벚나무 500그루가 자라고 있다.

올해 분양은 16일부터 시작했다. 느티나무 770그루, 벚나무 300그루, 산수유나무 75그루 등 약 2000그루가 대상이다. 형태나 생육 상태가 모두 양호한 나무들이다. 분양 신청은 농림재단 홈페이지(www.ggaf.or.kr)에서 가능하다. 신청서에 분양 목적과 원하는 수종, 규모 등을 적어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분양이 결정된다.

분양은 10월까지 이뤄지며 수목의 생육을 고려해 한여름인 7, 8월에는 분양하지 않는다. 농림재단 관계자는 “묘목이 아니라 다 자란 나무를 재활용하는 것인 만큼 개인보다는 기관 및 단체를 대상으로 분양한다”며 “버려진 나무를 다시 살린다는 나무은행의 취지에 따라 이를 알리는 표찰을 나무에 달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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