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김병철 고려대 총장 “민족高大 100년, 이젠 세계高大 1000년 향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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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사진 찍는 거 쑥스러운데”라면서 김병철 고려대 총장이 대학원 건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았다. 그는 미래전략실을 꾸려 고려대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사진 찍는 거 쑥스러운데”라면서 김병철 고려대 총장이 대학원 건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았다. 그는 미래전략실을 꾸려 고려대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고려대를 대표한다지만 실감은 안 난다. 심부름꾼이지 뭐….” 자연과학을 전공한 학자라서 그런지 다소 무뚝뚝해 보였다. 하지만 한마디 한마디를 고르는 모습에서 신중함이 묻어났다. 고려대가 이달 새로 맞은 김병철 총장. 106년 학교 역사상 첫 자연과학대 출신이다.

김 총장은 “인문사회대 중심으로 커 온 대학이라 자연과학대가 위축됐던 게 사실”이라며 어깨가 더욱 무겁다고 했다. 그는 17일 인터뷰를 하는 내내 ‘미래’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학생을 뽑을 때 미래 잠재력을 보고, 교육과 연구 역량도 미래를 내다보고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그룹이 미래의 먹을거리를 준비하듯 고려대도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김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미래전략실’을 꾸렸다.

―다른 대학에서는 비슷한 기구를 보지 못했다.

“대학이 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대학의 시스템과 제도가 예전과 큰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미래전략실을 새로 발족시켰다. 기업의 기획실이나 전략실과 비슷하게 대학의 큰 그림을 그리고 액션플랜을 마련하는 곳이다.”

―미래전략실에서는 어떤 밑그림을 그리는지….

“민족고대 100년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세계고대 1000년을 내다볼 시점이다. 그래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 체제를 외국에 맞춰 글로벌화를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우리의 강점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고대 문화’를 심어줘서 해외 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과 고려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는 취지다. 5월이면 구상이 마무리된다.”

―해외에서 고려대에 대한 인식은 어떻다고 보나.

“영국 유력 신문인 더 타임스의 대학 평가에서 2006년에 150위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200위권 밖으로 밀렸다. 이런 평가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고려대가 침체돼 있다고 본다. 자긍심을 불어넣기 위해 도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학 교육의 핵심은 교수의 경쟁력이 아닐까.

“이제 교수 사회가 철밥통으로 통하던 시대는 끝났다. 열심히 하는 만큼 대우받도록 인센티브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학생이 하는 교수평가 외에 교육 역량을 평가할 만한 지표가 없다.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서 강의평가도 교수 업적에 반영할 계획이다. 새로 부임하는 교수를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도 강화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고려대 교수로서 가져야 할 고대 정신과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후학을 가르칠 때 이런 면도 신경 써 주십사 하는 거다.”

26년간 고려대 교수로 일한 김 총장은 관리처장, 생명과학대학장, 교무부총장 등 학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학사 행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 분야에서도 SCI급 61편을 포함해 논문 97편을 국내외 전문학술지에 발표해 축산가공학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취임사에서 자연과학대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는데….

“그동안 학내에서 자연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발상의 전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연계만 보면 KAIST, 포스텍 등 경쟁 대학이 있는데 똑같은 전략으로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 고려대가 강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융합해 신학문을 개척하려 한다.”

―자연과학 쪽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보다 설비와 금전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다고 인문사회과학에 쓸 돈을 자연과학 쪽에 돌릴 수는 없다. 발전기금을 모야야 한다. 역대 총장도 신경 안 쓴 건 아니지만 재임 1, 2년 동안은 모금에 매진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오전 7시면 출근한다. 빡빡한 일정 속에 주력하는 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이다.

―모금 활동을 활발히 한다고 들었다.

“아직은 아니다. CEO한테 막무가내로 ‘돈 주시오’ 한다고 되겠나. 기업체와 학교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게 지식이니, 기부하는 분이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마련해 맞춤형 모금 활동을 할 계획이다.”

―기금을 활용할 다른 복안도 있는지….

“총장 재직 중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 장학금 제도인데 현재와 달리 대여장학금으로 바꾸고 싶다. 어느 정도 시드머니가 준비되면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나중에 잘되면 갚아라’ 하는 거다. 이자를 받는 방식은 아니고 3000만 원 장학금을 받았다 치면 원금만 갚아도 되고, 잘되면 후배를 위해 몇 배로 갚아도 좋다. 고려대는 선후배 간 끈끈한 정으로 유명하다. 이런 분위기면 성공할 거라고 확신한다.”

―학생 선발에서 어떤 점을 염두에 두나.

“입학제도는 너무 복잡해서 나도 숙지가 안 될 정도다. 입학사정관제 취지는 공감한다. 학생을 선발할 때 미래를 보고 선발하고 싶다. 시험에서 1, 2점 더 맞히는 학생보다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면 좋지 않겠나. 입학사정관제를 강화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단, 어떻게 객관화하느냐가 숙제이면서도 중요한 문제다.”

고려대는 이날 논술고사 비중을 축소한다는 2012학년도 전형 계획을 발표했다. 2013학년도에는 논술 비중을 더욱 축소할 방침이다.

―학생 선발 등 대학 자율권도 이슈가 되는데….

“이번 정부에서 대학 자율권을 준다고 했지만 실제 준 건 별로 없다. 자율권을 주고 감사를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 모든 대학을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

―세종시에 캠퍼스를 세우는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나.

“수정안이 부결되고 정부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세종시에 캠퍼스를 세우려던 대학도 답보 상태에 있다. 당시 정부와 체결했던 양해각서도 백지가 됐다. 아직 신경 쓰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자와 얘기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취업난이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학생들이 너무 좁은 시야에 갇혀 있지 않나 싶다. 어떤 회사냐, 봉급이 얼마냐만 염두에 두지 말고 큰 포부를 가졌으면 한다. 4년이 결코 긴 세월이 아니다. 전공 공부다, 취업 준비다 할 일이 많겠지만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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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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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철 총장 ::

―1976년 서울대 축산학과 졸업
―1978년 고려대 대학원 축산가공학 석사
―1984년 독일 괴팅겐대 축산가공학 박사
―1985년 고려대 교수
―1988년 고려대 축산학과장
―1998년 고려대 관리처장
―2006년 고려대 생명과학대 학장 겸 생명환경과학대학원 원장
―2008년 고려대 교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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