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소행 아니라는 말 들을때 가장 힘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 천안함 생존 2人인터뷰

“가장 힘든 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퍼져나간 왜곡된 이야기들을 접하는 것입니다.”

천안함 폭침사건에서 살아남은 박연수 대위(28)와 김수길 상사(37)는 긴 한숨을 쉬었다. 18일 해군 2함대사령부가 있는 경기 평택항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지난 1년간의 악몽을 아직도 잊지 못한 표정이었다. 전사한 전우들에 대한 질문에서는 침울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지만 ‘왜곡된 소문’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똑바로 정면을 응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2함대 기지전대 인사참모로 근무하는 박 대위는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해 육상 근무를 택했다”면서도 “항해과 장교인 만큼 조만간 다시 해상으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전사한 전우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힘들었다. 그 아픔을 듣고 일어서려고 다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제를 바꿔 천안함 폭침 후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묻자 박 대위는 “처음에는 전사한 전우들에 대한 기억과 자책감이 많았지만 이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과장되고 왜곡된 소문이었다”며 “친구들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가족이나 친척들까지 그런 잘못된 소문을 마치 사실인 양 나에게 질문했을 때 그런 상황이 무척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김 상사는 불쑥 기자들에게 “질문 하나 하겠다”며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북한 소행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들은 뒤에도 그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아직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평택=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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