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전자담배 90여종 니코틴 함유량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제품따라 최대 20배 차이 연초담배보다 해로울수도”
■ 중앙의료원 심포지엄서 지적

“전자담배를 피우면 니코틴 흡입량이 연초담배보다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21일 국립중앙의료원(NMC) 대강당에서 열린 ‘전자담배 심포지엄’에서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국내 유통 중인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을 살펴보니 0.9mL부터 18mL까지 최대 20배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대부분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알고 피우고 있지만 실제 니코틴 함유량은 연초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것. 김 총장은 또 “전자담배는 연초와는 달리 자신이 얼마나 흡입하는지 양을 가늠할 수 없어 니코틴 중독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중국에서 개발된 전자담배는 2007년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3월 현재 국내 전자담배 제조사 및 수입사는 20여 곳으로, 90여 종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전자담배 수입 규모는 195만 달러(약 22억 원)로 추정되며 국내 생산보다는 수입량이 더 많다.

2009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전자담배 카트리지 26개를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는 표시된 니코틴 함량과 실제 함량이 달라 니코틴을 과다 흡입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을 증기로 바꿔 흡입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증기에는 140여 종의 성분이 들어있지만 니코틴 이외 다른 독성물질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 박사는 “전자담배는 타르가 들어있지 않아 몸에 덜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에서는 다른 독성물질이 검출돼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며 “전자담배 회사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연구진이 장기적인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보조제로서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자담배 제조사들은 전자담배를 ‘안전한 담배’ ‘금연보조제’로 선전하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청도 금연보조제로 허가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전자담배가 금연 성공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 회사의 무분별한 마케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니코틴을 함유한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의 규제를 받고, 니코틴을 함유하지 않으면 금연보조제로 분류돼 약사법의 관리를 받는다. 감독 기관도 기획재정부와 식약청으로 이원화돼 효율적인 규제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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